하동고-하동여고 통합 놓고 군·법인 ‘팽팽’…여론조사 한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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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급감…9년 뒤 50% 감소
학교법인 “통폐합, 지역 망하는 길”
군 “경쟁력·입시 무의미…통합 필수”

하동고·하동여고 전경. 최근 통폐합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찬반 입장차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동고·하동여고 전경. 최근 통폐합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찬반 입장차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하동군 하동읍에 있는 하동고와 하동여고 통합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군과 이를 반대하는 학교법인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조만간 학부모 대상 찬반 여론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3일 경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과 30일, 31일 세 차례에 걸쳐 하동지역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규모 적정화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공립이자 남고인 하동고와 사립이자 여고인 하동여고의 통폐합하는 방안을 놓고 지역의 여론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하동군은 현재 인구는 물론, 학령인구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는 지역소멸 고위험 지자체로 분류돼 있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교육 여건은 갈수록 악화돼 경쟁력이 약화되고, 지역의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다른 지역 학교로 진학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고교통폐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특히 민선 8기 들어 군이 하동고-하동여고 통폐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논쟁은 더욱 심화됐다. 결국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사태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하동여고 학교법인인 하동육영원은 이번 설명회에서 통폐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유인물을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이들은 먼저 교육부 적정규모 육성정책을 학교 통합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초 적정 규모 육성정책이 대도시 개발에 따른 학교총량제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만큼, 농어촌에 무조건 적용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 통폐합이 인구감소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학교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인구 증가와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국공립끼리가 아닌, 공립과 사립 간 통폐합 추진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공립과는 통폐합 기준도 다른 데다 학교법인 하동육영원 이사회 2/3의 승인도 필요하다. 교직원과 동창회 동의도 전제 돼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오준영 하동여고 교장은 “지금 하동지역에는 고등학교가 5개가 있는데 통합되면 4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면 단위에 있는 학부모는 당연히 통합 학교로 보내려고 할 거고 결국은 면 단위 학교들이 사라지게 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좋겠지만 나중에는 지역이 망하는 정책이다. 또 학교 구성원은 물론, 지역 원로들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동군도 3일 반박 입장문을 냈다.

군은 현 시점에서 공립과 사립의 장단점, 입시성과, 교육경쟁력 등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하동군의 고등학생 수는 262명으로, 5년 뒤인 2029년에는 100명대에 진입하고 9년 뒤인 2033년에는 122명,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군은 계속 버티다가 차후 어쩔 수 없이 통합을 하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며, 훨씬 좋은 시설을 갖춘 통합학교를 만들어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는 게 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동여고가 사립학교이긴 하지만 개인이 설립한 학교가 아니라 60여 년 전 군민들이 성금을 모아 설립한 학교인 만큼 아이들의 교육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하동고와 하동여고는 지리적으로 담 하나를 두고 인접해 있으며, 교육환경도 비슷해 통합에 부담이 덜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교직원들을 위한 학교가 돼서는 안 된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돼야 한다. 인구절벽이라는 재난 앞에서 소규모 영세 사립학교로 명맥만 유지할 게 아니라 하동 전체 아이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공립으로 통폐합돼 더 큰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 측의 입장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군은 조만간 학부모 대상 하동고·하동여고 통폐합 찬반 여론조사에 나선다.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온라인을 통해 찬반에 대한 의견을 물은 뒤 통합 추진의 근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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