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토지 기부 땐 취득세 면제’ 국회 심의대 오른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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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상당 기부 철회 전국 이슈화
유족, 세금까지 납부에 의사 번복

해운대구, 비과세 법 개정 건의
행안부 승인 거쳐 국회 제출 계획
“고령화 시대 상속인 부담 줄여야”

부산 해운대구 주민이었던 고 김 모 어르신 유족이 기부하려던 반여동 부지.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 주민이었던 고 김 모 어르신 유족이 기부하려던 반여동 부지.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에서 취득세 납부에 가로막혀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 기부가 무산됐던 사건(부산일보 2022년 12월 6일 자 4면 보도)이 전국 지자체 법 개정 이슈로 떠올랐다. 토지를 기부하면서도 상속된 토지에 대한 취득세를 면제받을 길이 없어 기부 의사를 번복하는 과거와 같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는 해운대구청의 의지가 법 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3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2022년 시가 15억 원 상당의 토지를 구청에 기부하려다 취득세 납부로 무산된 사건 이후, 구청은 행정안전부에 취득세 비과세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해운대구 주민이던 고 김 모 씨 유족은 2022년 해운대구 반여동 산153과 산205-1 일원의 산림 1만 3000여㎡에 대한 기부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했다. 해당 부지는 일반 축구장 2개 크기의 땅으로, 구청은 해당 부지를 주민 쉼터, 산책로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 땅은 당시 기준 공시지가 5억 원 정도로, 시가 15억 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고인은 유족에게 생전에 해당 토지의 사회 환원 의사를 밝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고인 별세 후 해운대구청과 토지 기부에 관해 논의했지만 유족은 토지 기부를 하려면 토지 취득세 1600만 원 상당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기부 의사를 철회했다. 기부 철회는 토지를 기부하면서 취득세까지 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구청은 이후 상속 재산 기부 시 취득세를 비과세로 개정할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꾸준히 건의했다. 지방세 법령상 고인이 생전에 기부를 하거나, 생전에 기부에 대한 유언을 한 뒤 사망을 하면 취득세는 면제된다. 그러나 생전에 유언이 없는 상태에서 상속인이 국가 등에 증여할 경우 취득세가 요구된다. 국세 법령에서는 생전의 유언 유무와 별개로 국가 등에 증여하는 재산은 전부 상속세가 면제된다. 해당 사건에서는 고인이 입증 가능한 유언장 등이 아닌 구두로만 사회 환원 의사를 밝혔던 탓에 취득세가 부과됐던 것이다.

해운대구에서 벌어진 기부 철회 논란은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돼 법령 개정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해운대구청의 노력이 있었다. 구청 측은 지난해 8월 행안부에 법 개정 건의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한국지방세연구원 2024년 정책과제로 이 사안을 제출했다.

지난 4월 전국 지자체가 모인 행안부 주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도 해당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당시 토론회에서 행안부와 전국 지자체 관계자들은 비과세 범위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행안부는 당시 “비과세 범위 확대에 있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유족의 기부 의사 번복이나 기부 의사를 입증할 방안 등에 대해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대구청은 이달 수정안을 부산시구청장·군수협의회 안건으로 제출했다. 해당 안건은 행안부의 승인을 거쳐 국회로 제출될 계획이다.

구청 측은 고령화 시대 부동산 증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상속인들이 현실적으로 취득세 부과에 부담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운대구청 재산취득세과 관계자는 “지방세에 한해서만 고인 유언의 유무에 따라 과세를 부여하는 부분이 법령의 사각지대라 보고 이를 개정하려고 시도해왔다”며 “상속 부동산 등이 지자체에 귀속될 경우 지자체에서는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음에도 세금 부과 등에 가로 막히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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