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에 장사 없다… 공공 시설도 지으려다 말 판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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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터널·체육시설까지…
지자체 사업 지연·추경 편성 봇물
의료·복지시설 건립도 좌초 위기
물가 변동분 놓고 시공사도 난색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비를 늘리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서구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왼쪽 조감도)은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고, 부산 봉래산터널 건설 역시 건설사 참여가 저조하다.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 일대. 서구청 제공·정종회 기자 jjh@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비를 늘리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서구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왼쪽 조감도)은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고, 부산 봉래산터널 건설 역시 건설사 참여가 저조하다. 부산 영도구 봉래교차로 일대. 서구청 제공·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 천마산 모노레일은 해발 260m에서 부산의 해안 절경을 바라보는 관광 명소로 거듭나겠다며 2021년 야심차게 첫 삽을 떴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천마산 복합전망대를 세우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왕복 3km 관광 모노레일을 설치하겠다는 게 사업의 골자다.

착공 3년이 지난 지금, 해당 사업지는 골조만 선 채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정률은 30%대로 전망대 완공은커녕 핵심시설인 관광 모노레일 공사는 착공도 불투명하다. 설계 변경과 거주민 이주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사이,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사업비는 230억 원에서 390억 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부산 서구의회가 서구청이 편성한 추경안을 전액 삭감하면서 사업 진행은 불투명해졌다. 현재 사업비로는 전망대 골조만 겨우 완성할 수 있다. 구의회 승인이 나지 않으면 전망대로 이동할 모노레일이나 전망대 이용 시설은 없이 뼈대만 남은 전망대로 그칠 수 있다.

대폭 증액된 사업비를 감당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서구만의 일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로 다수의 부산 지자체가 추진하던 공공 건설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공공 부문 사업비 증액은 사업자와 행정기관 간 협의가 필수여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 사업일수록 추진 전망이 더 불투명하다.

부산진구 당감동 복합국민체육센터는 당초 지난해 준공 예정이었으나 결국 내년 12월로 공사 기간이 연장됐다. 기존 199억 원이었던 공사비가 215억 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설계 변경과 물가 상승에 따른 결과다.

문제는 현재 공사 진척도가 터파기 등 기초 공사에 머물러 있어 본격 공사에 돌입하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구청은 시공사와 물가 상승분 반영 여부 결정하기 위한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의회 승인을 받아야 예산 증액이 가능한데 의회 의견에 따라 공사 진행 여부가 정해질 예정이다.

의료나 교통 부문 등 부산 공공 인프라 건설도 사업비 증액 변수에 막혀 기로에 서 있다. 지난 4일까지 입찰 공고를 받은 영도구 숙원 사업인 봉래산터널 시공 사업 역시 운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건설사 3곳이 입찰 참여를 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종적으로 2개 업체가 접수했다. 입찰 성사 여부 조건인 2개 이상 업체가 접수하면서 가까스로 유찰은 피했다.

봉래산터널 같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는 다수의 건설사가 군침을 흘리는 사업이지만 이번엔 건설사 참여가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책정이 공사비 상승 수준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적자를 보며 참여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서부산의료원의 경우에도 최초 입찰이 유찰된 사례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맡을 사업자 공모를 진행, 1차 입찰에 나섰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나오지 않기도 했다. 결국 시는 기존 사업비 780억 원을 858억 원으로 늘려 재입찰을 진행했다. 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지자체 사업에서 공사비 이슈로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업계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물가 상승률을 사업비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이미 적자 시공을 감수하고 있다며 현실 단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철근, 시멘트, 합판, 석재 같은 기본 자재는 물론이고 전쟁 여파로 해외 인력도 유입이 안돼 인건비도 상당히 올랐다”며 “하지만 공공 발주 사업도 물가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이 안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따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정형열 부산건설협회장은 “몇 년 사이 현저하게 오른 물가를 두고 발주하는 공공 기관과 시공사 간 이견이 생기는데, 건설업계에서는 현실 단가 고려와 물가 변동분에 대한 부분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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