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구순, 그림 열정은 여전히 청춘!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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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보, 개인·단체전 동시 열어
생애 마지막 개인전 될 수도
예술 열정, 지역 미술계 자극

강선보 ‘상황’. 조이 갤러리 제공 강선보 ‘상황’. 조이 갤러리 제공

올해 구순을 맞은 강선보 화백이 단체전과 개인전을 동시에 열며 지역 화단 최고령 작가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 화백은 1963년 창립해 올해 62주년을 맞은 미술동인 ‘혁’의 회원으로, 매년 혁 단체전에 함께 한다. 혁은 지난 19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조이에서 제77회 단체전을 열고 있다. ‘시선으로부터(Line of sight)’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단체전에 강 화백은 자신의 시그니처인 여성의 뒤태를 그린 ‘상황’ 작품을 내놓았다.


미술동인 혁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미술 단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 단체로 꼽힌다. 어떠한 사조나 사상, 관념을 넘어 창조에만 초점을 맞춰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강선보 화백을 비롯해 31명 회원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혁 단체전은 8월 2일까지 열린다.

금련산 갤러리 구순 기념 개인전에서 부인과 함께 한 강선보 화백 모습. 부산미술협회 제공 금련산 갤러리 구순 기념 개인전에서 부인과 함께 한 강선보 화백 모습. 부산미술협회 제공

금련산 갤러리 구순 기념 개인전에서 만난 강선보 화백 모습. 부산미술협회 제공 금련산 갤러리 구순 기념 개인전에서 만난 강선보 화백 모습. 부산미술협회 제공

혁 동인전과 더불어 강 화백은 지난 23일 금련산 갤러리에서 구순 기념 개인전도 시작했다. ‘아흔의 세월을 되돌아보며’라는 주제로 작가의 생애를 돌아보는 전시이다.

강 화백은 중학생 때 미국 공보원이 주최한 경상남도 학생 그림 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추상 작업을 하다가 입체 작품으로 작업 스타일의 변신을 꾀한다. 1960~1970년대 국립부산한독직업학교(현 국립부산기계공고)에서 20년간 실과주임, 교감을 맡으며 철근 스테인리스 파이프 톱니바퀴 등 자신에게 익숙한 소재를 활용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1980년대 들어서며 강 화백은 다시 변화한다. 철판 쇠덩어리 등 강한 느낌의 입체 작품에서 완전히 반대인 부드러운 여성 뒤태를 그리며 소재를 완전히 바꾼다. 이후 구순이 된 지금까지 40여 년간 여성의 뒤태와 누드를 다양한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의 뒤태를 그린 회화에 손가락 지문을 크게 그려 주목받았다.

강 화백은 “여성이 출산할 때 아이가 태어나면 엉덩이를 때리고 아이가 운다. 건강한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이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손을 그림의 지문으로 표현했다. 어머니의 사랑이자 모성에 대한 회귀 본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강선보 화백의 구순 기념전에 선보인 대형 회화 ‘상황’. 부산미술협회 제공 강선보 화백의 구순 기념전에 선보인 대형 회화 ‘상황’. 부산미술협회 제공

강 화백은 개인전 인사를 통해 “아흔은 ‘졸수’라고 말한다. 세상을 졸업하는 시기이니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정을 더하고 기쁨을 나누는 아름다운 여정으로 끝내고 싶다. 이번 개인전이 그런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미술 인생에 있어 아마도 마지막 개인전이 될 것 같다”라며 전했다.

강 화백은 ‘부산 미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며 상황 시리즈 외에도 파격적이며 자신만의 기법으로 표현한 다양한 작품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지역 미술계에선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이번 구순 기념 회고전 역시 가족과 제자들이 모여 강 화백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해 부산 미술계 전체가 화합하는 귀중한 자리가 되기도 했다. 강 화백의 구순 기념 개인전은 8월 4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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