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난청 극복하고 어떻게 음악의 성인이 되었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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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 베토벤에 빠지다 / 하창식

천재들의 조우는 흥미롭다. 소년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한 번 만났다. 모차르트는 소년의 천재성을 대번에 알아봤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아쉽게도 이어지지 않았다.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베토벤은 살리에리에게 가곡의 작곡법을 배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 나오는 그 분인데, 영화에서처럼 질투의 화신은 아니었다. 또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베토벤은 많은 제자를 뒀다. 그중 가장 유명한 제자가 카를 체르니이다. 피아노를 배우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체르니 교본>을 만든 그이다.

<공학자, 베토벤에 빠지다>에는 베토벤에 관한 오만 이야기가 담겨 있다. 뜻밖에도 이 책의 저자는 38년 6개월간 부산대 공대 교수를 역임한 공학자다. 동시에 수필부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수필가이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문학책을 읽다, 그림을 보다, 영화를 보다, 베토벤에 빠져 버렸다고 고백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베토벤에 대해 책을 냈다. 하지만 공학자이자 문학 하는 사람이라는 융합적 시각에서 베토벤을 바라본 이야기는 처음이다.

난청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어떻게 음악의 성인으로 우뚝 서게 되었을까. 저자는 첫 번째로 천재성, 둘째로 불멸의 정신력, 셋째로 때마침 발명된 피아노 ‘이중 이탈 장치’를 꼽는다. 역시나 공학자다운 분석이다. 저자는 학회 참가차 빈에 갔다가 불쑥 베토벤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즉시 택시를 타고 빈 교외 중앙 묘지에 참배를 하러 갔다. 바로 옆에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조금 떨어진 곳에 브람스와 요한 스트라우스 2세까지 있어서 한 번에 다 만나고 왔단다.

베토벤의 음악은 영화의 극적 전개나 등장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배경음악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베토벤이 등장하는 문학책, 그림, 영화가 그렇게나 많다. 사랑하면 알고 싶고, 또 만나고 싶어진다. 하창식 지음/문창별/182쪽/2만 2000원.


<공학자, 베토벤에 빠지다> 표지. <공학자, 베토벤에 빠지다>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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