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반기 윤부원·후반기 신금자…거제시의회 여당 의원들 ‘비밀 문건’ 작성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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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 8명 연대 서명
합의서 작성 후 ‘대외비’ 분류
‘이면 합의’ 야당 주장 사실로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작성한 대외비 문건. 전반기 유부원, 후반기 신금자 의원을 의장 후보로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김민진 기자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작성한 대외비 문건. 전반기 유부원, 후반기 신금자 의원을 의장 후보로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김민진 기자

속보=경남 거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부산닷컴 7월 24일 등 보도), 여당이 전·후반기 의장을 독식하려 당내 의원 전원이 연대해 비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야당이 제기한 ‘이면 합의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8명은 2022년 6월 15일 현역 최다선(4선)인 윤부원 의원과 신금자 의원을 각각 전‧후반기 의장 후보로 내세우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대외비’로 분류한 해당 문건에는 ‘합의내용에 대해 일체의 이견이 없으며 추후 번복하지 않을 것을 확약 한다’는 문구와 함께 신금자, 윤부원, 김동수, 조대용, 정명희, 김영규, 김선민, 양태석(현 무소속) 의원이 서명했다.

합의에 동의한 한 의원은 “해서는 안되는 약속이라 생각했지만, 당내에서도 하도 이견이 커 쓴 것은 맞다”며 문건 존재 사실을 인정했다. 전반기 원 구성 때 양당 간 체결한 ‘공식 합의서’ 외에 여당이 전·후반기 의장을 독차지하려 당내 의원끼리 만든 ‘이면 합의서’가 있다는 야당 측 주장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최초로 여야 동수로 출발한 제9대 거제시의회는 시작부터 파열음을 냈다. 의장 자리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며 파행하던 시의회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 접점을 찾았다.

당시 여야 협상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반기엔 여당이 의장과 운영위원장, 행정복지위원장을 맡고 후반기엔 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그런데 최근 여당이 말을 바꾸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여당은 지금은 의석 구성이 달라졌다며 합의서 이행을 거부했다. 여야 의원 2명이 탈당해 무소속이 신분이 된 터라 합의대로 하면 이들의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는 논리다.

여당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선언에 야당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19일 양일간 치르기로 했던 의장단 선거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의결 정족수 미달로 개회와 동시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산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거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의장, 부의장 선출을 위해 24일 열린 제4차 본회의도 야당 의원들 불참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산회했다. 전반기 합의안 이행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의장, 부의장 선출을 위해 24일 열린 제4차 본회의도 야당 의원들 불참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산회했다. 전반기 합의안 이행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일보DB

이번 임시회 일정이 26일까지인 만큼 여야가 합의하면 늦게나마 선거를 치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 7석, 더불어민주당 7석, 무소속 2석 구성이다. 무소속 2명은 애초 여야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탈당했다. 그러나 정치 성향은 여전해 사실상 여야 동수나 마찬가지다.

거제시의회 회의 규칙상 의장단 선거는 별도 후보 등록 없이 현역 의원 모두를 후보로 두고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도 과반이 안 되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결선투표는 2차 투표 1, 2위를 대상으로 재투표한다. 이마저도 동표인 경우, 최다선·연장자 순으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결선투표로 갈 공산이 큰 상황에 선수와 나이에서 밀리는 야당으로선 승산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양당 대표가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이대로 파행이 계속될 경우 집행부 기능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국민의힘 김선민 의원은 “후반기 50일 동안 2·3차 추경과 업무보고, 2025년 당초예산 등을 심의해야 하지만 오늘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민생 안전을 위해 의장 선출을 먼저 한 다음 의사일정을 멈추고 상임위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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