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티끌 모아 태산? 먼지 모아 팔면 목돈!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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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 요제프 셰파흐

<먼지> 표지. <먼지> 표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흔히 말한다. 먼지 털 듯 툭툭 털어버리라고. 쉽지 않다. 어려움을 잊는다는 것도 쉽지 않지만, 먼지털이도 그렇게 만만하게 볼 건 아니다. 먼지만큼 질긴 것도 없다. 아무리 쓸고 닦아도 어디서 나타나는지 어느새 다시 뽀얗게 내려 앉는다. 인간은 먼지에서 태어나 먼지와 함께 살다 먼지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다. 인생무상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 또한 먼지가 그렇게 무의미한 존재는 아니다.

실제로 먼지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독일의 한 다국적 기술 서비스 기업인 DMT는 90종의 먼지를 수집해 연간 총 8톤을 판매한다. 판매가가 1㎏에 약 160유로(약 24만 원)나 하는 먼지도 있다. 누가 먼지를 사가냐고? 판매된 먼지는 청소기, 휴대전화, 자동차 와이퍼, 현금 지급기 등 성능을 테스트할 때 쓰인다.

굳이 먼지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먼지는 꽤 유용하다. 먼지가 없다면 인간은 크게 불편해질 테다. 그것은 먼지를 청소하는 불편함 따위에 비할 바 아니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먼지털이가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냄비 속 끓어오르던 수증기가 뚜껑에 막혀 식으면 다시 물방울이 되어 뚜껑에 맺힌다. 자연에서 이 뚜껑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대기의 부유 입자(라고 쓰지만 결국 먼지)다. 이것들은 구름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그 씨앗에 수증기가 응결해 물방울이 되고, 비가 되고 눈이 된다.

<먼지>의 저자는 말한다. 먼지가 없다면 습기는 300%의 습도에서야 겨우 응결된다고. 그것도 우리 피부 위에서 말이다. 지금도 가뜩이나 습한데, 그런 사우나 같은 세상은 질색이다. <먼지> 덕분에 먼지의 고마움을 깨닫는다. 먼지의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읽기 전엔 ‘누가 먼지 따위로 책을 내나’ 싶었지만, 읽고 나니 이처럼 중요한 먼지를 총망라한 책이 이제서야 나왔다는 점이 더 놀랍다. 요제프 셰파흐 지음/장혜경 옮김/에코리브르/232쪽/1만 7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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