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혁신기업 열전] 얼텀 조용주 대표 "10년 지나도 들 수 있는 유행을 초월한 가방 만들죠"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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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표 패션 브랜드 '우뚝'
자체 디자인 시티백·버블백
40~50대 여성 직장인에 인기
고급 가죽 사용해 재구매 많아
"부산 패션 산업계 멘토" 목표

부산의 패션가방 브랜드 얼텀(EULE TRAUM)의 조용주 대표가 '시티백''얼텀버블백' 등 시그니처 가방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얼텀 제공 부산의 패션가방 브랜드 얼텀(EULE TRAUM)의 조용주 대표가 '시티백''얼텀버블백' 등 시그니처 가방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얼텀 제공

“당당함을 손에 들고 다니는 거죠.” 부산 출신 디자이너이자 핸드백 등 패션가방 브랜드 ‘얼텀’의 조용주(34) 대표는 가방을 드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했다. 매년 바뀌는 트렌드에 따라 해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바뀐다. 유행을 따라가다간 자기만의 취향을 잃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얼텀의 가방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방에 녹여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을 만든 것은 쉽지 않다. 비결은 고객의 성향과 요구에 맞게 맞춤형 제품을 기획, 디자인하고 최고급 가죽과 부자재를 사용해 끌어올린 제품의 경쟁력에 있다. 얼텀 가방의 당당함은 품질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유행을 초월하는 디자인

10년이 지나도 들 수 있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디자인. 얼텀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다. 가장 시그니처 제품은 독창적인 악어 무늬 패턴을 가진 ‘시티백’이다. 무게감 있는 소가죽을 활용했지만 패턴을 통해 디테일을 살렸다. 깊이감 있는 색감을 내기 위해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그라데이션 작업을 통해 색감을 표현했다. 주 고객은 30~40대 오피스룩 여성을 타겟으로 한다. 조 대표는 “색감은 화려하지만, 서류가 들어가는 실용성이 뛰어난 가방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얼텀의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은 유선형의 ‘얼텀버블백’이다. 소가죽에 체인을 활용한 가방끈을 사용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를 초월해 인기를 끌고 있다. 캐쥬얼한 옷차림부터 정장까지 모든 스타일에 어울리는 가방이다.

얼텀의 모든 가방은 조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다. 그래서 카피작이 없다. 버블백도 아이와 물놀이를 하다 물방울 모양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조 대표는 “원래 아이들 주려고 만든 가방인데, SNS에 올려 보니 반응이 좋아 상품으로 출시하게 됐다”며 “질 좋은 가죽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수십 번의 샘플링을 거쳐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얼텀에는 80여 가지의 제품이 있다. 매 시즌 한두 가지의 제품을 신상품으로 출시한다. 조 대표는 “품질을 올리려다 보니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게 됐다”며 “얼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제품이 많다 보니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80% 정도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방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얼텀의 퀄리티에 반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또 놀란다”고 덧붙였다.

■가치 있는 소비를 위해

얼텀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마케팅과 유통 과정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얼텀 제품은 TV 드라마, 백화점 입점 등 전통적 방식의 마케팅과 유통 전략을 구사했다. 드라마 협찬을 통해 방송에 노출되면 매출이 상승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유튜브 등 SNS가 대세 콘텐츠가 되면서 연예인들보다 더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난 것. 얼텀도 그에 발맞춰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했다.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제품 광고를 진행하고, 얼텀의 브랜드 가치가 담긴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업로드하는 식이다. 조 대표는 “요즘 사람들은 제품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며 “제품의 기획부터, 제조 과정 등 얼텀 가방에 담긴 철학을 소비자들과 공유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제조업에 기반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도 크다. 여러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제품 다양화다. 최근 얼텀은 골퍼들이 사용하는 미니 가방을 새롭게 출시했다. 측정기 가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더했다. 조 대표는 “여성들을 위해 립스틱이나 핸드폰을 수납할 수 있는 크기”라며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부산 패션 부흥을 꿈꾸다

얼텀은 ‘부엉이의 꿈’이라는 뜻이다. 20대부터 잠을 줄여가며 꿈을 향해 달려온 조 대표의 인생이 담긴 이름이다. 얼텀은 조 대표가 20살에 만든 브랜드다. 경성대 산업디자인과를 전공한 조 대표는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자물쇠를 활용한 가방 디자인으로 특허를 받고 그 길로 창업에 나섰다. 쇼핑몰 근무, 판촉, 미술 과외, 커피숍 등 하루에 많게는 6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모았다. 조 대표는 “창업 초기 매출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5~7년 차 정도 되고 사업 고도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는데, 주위를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탓인지 멘토가 없더라”고 말했다. 2013년 우연한 계기로 들어간 부산여성벤처인협회는 큰 자산이 됐다.

조 대표는 자신이 받았던 온정을 지역 사회에 되돌려 주려고 한다. 특히 패션산업군에서 창업 멘토가 되어 활동하는 중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마케팅 특화 코칭을 담당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부산의 인재들이 부산을 넘어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아가 이들과 함께 부산 패션산업의 부흥을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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