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포털, 언론과 상생 마인드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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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뉴스 이용자의 절대다수는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한다. 뉴스 이용자들이 개별 언론사의 홈페이지나 앱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언론으로부터 뉴스를 납품받는 포털이 엄밀한 의미에서 단순 유통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다. 포털의 무료 뉴스에 익숙해진 뉴스 소비자들은 온라인 뉴스를 당연히 무료 상품으로 인식한다. 이렇듯 언론 생태계를 장악한 포털이 저널리즘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한둘이 아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11월 포털의 뉴스 검색 대상 언론을 이른바 콘텐츠 제휴 언론사(CP)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과 관련하여 언론사들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포털 다음의 이번 정책 변경으로 CP가 아닌 1000여 곳의 일반 검색 제휴 매체의 기사가 이용자들에게 노출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다음, 콘텐츠 제휴사만 검색 노출

일반 검색 제휴 언론사 원천 배제

대다수 지역 언론 목소리도 빠져

여론 다양성 제약 민주주의 위기

검색 결과 기본값을 일부 언론으로만 제한하는 다음의 결정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이나 소규모의 전문 매체를 여론의 공론장에서 배제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 지역 언론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 담론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공론장을 위축시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음 측은 이번 정책 변경의 사유를 이용자 선호도를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사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들은 지난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뉴스 검색 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또 지난 4일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카카오의 일방적 뉴스 검색 정책 변경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중소 언론의 정상적 언론 활동을 방해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 언론 단체와 언론사들은 이전 방식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포털을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은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상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인 ‘네트워크 외부성’을 특성으로 가진다. 뉴스 유통을 포함한 디지털 시대의 제품과 서비스 유통은 이 같은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근간으로 작동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계정 등록자와 이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그 플랫폼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인 포털에 뉴스라는 아이템은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여 플랫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방문자를 최대한으로 유인하고, 그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여타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와 구매를 유인하는 수단으로서 뉴스는 최적의 미끼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포털은 뉴스 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신과 언론 매체와의 상호 협력과 상생의 마인드를 견지하여야 한다. 뉴스 서비스 정책 수정에 있어서도 제휴사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자세가 요구된다. 뉴스를 단순히 포털에 입점한 신발, 의류, 액세서리와 같은 일반 소비재처럼 취급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저널리즘의 산물인 뉴스는 사회적 공기로서 공공재이다.

포털에 어떤 언론 매체의 어떤 뉴스가, 어떻게 배열되어, 어떤 검색 패턴과 알고리즘으로 제공되는가 하는 문제는 대중의 어젠다 및 여론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포털은 우리 사회의 공론장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포털이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뉴스 공급 정책을 펼쳐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언론과 저널리즘이라는 사회 체계가 생산하는 뉴스가 공공재인 만큼 뉴스 유통의 핵심 플랫폼인 포털 역시 뉴스 공급의 기본 원칙으로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하여야 마땅하다. 여기에는 포털이 뉴스 생산자인 제휴 언론사들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대하는 상생의 마인드도 포함된다. 한편, 언론사들은 포털 상에서 지나친 트래픽 경쟁을 염두에 둔 선정적 보도, 베껴쓰기, 어뷰징 등의 관행을 당장 버려야 한다.

이번 포털 다음과 언론사 사이의 갈등이 포털 중심의 언론 생태계를 재구조화하는 출발점이자, 언론이 자생적으로 독립하는 길을 모색하는 숙고의 계기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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