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절규… 153명 앗아간 ‘핼러윈 참극’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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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서울 이태원동 골목서
축제 인파 몰리며 최악 압사 사고
세월호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
부상자 103명 중 24명은 중상
피해자 대부분 10~20대 청년들
외국인 사망자도 25명 달해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축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250명이 넘게 숨지거나 다치는 사상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이날 사고는 304명이 희생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쳐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2시까지만 해도 사망자가 59명으로 파악됐지만,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된 부상자 상당수가 잇따라 숨지면서 오전 6시 집계부터 사망자 숫자가 급증했다. 게다가 부상자 103명 가운데 24명이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상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피해자 대다수는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에 간 10~20대 청년들이었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으로 확인됐다. 너비 4m 정도로 성인 5~6명이 겨우 옆으로 나란히 지나갈 수 있는 골목에서 참사가 발생한 탓에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 외국인 사망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


참사는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9일 오후 10시 15분 해밀톤호텔 옆 비좁은 경사로에서 시작됐다. 인파가 뒤엉키면서 비명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119에는 “사람들이 깔렸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축제는 순식간에 비명과 절규로 가득 찼다. 현장에 있었던 20대 남성 김 모 씨는 “10시 30분께부터 사람이 밀려나기 시작하다가 10시 40분부터 앞쪽에서 차례로 사람들이 넘어졌고 5~6겹으로 쌓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를 총동원했지만 이태원에 몰린 인파 탓에 진입이 쉽지 않았다. 겨우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 눈앞엔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층을 이룬 가운데 이미 의식을 잃은 사람과 간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이 뒤엉켜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맨 아래에 깔린 사람부터 구조하려 했으나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 탓에 힘껏 당겨도 빼낼 수 없었다. 사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구조 작업은 밤새 이어졌다. 경찰은 과학수사팀을 동원해 사망자 신원 확인을 하는 대로 유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150명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족에게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서울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에는 30일 오후 5시 기준 4024건(중복 포함)이 신고됐다.

부산의 경우 사고 현장에 있었던 부산지역 학생 1명이 잠시 정신을 잃었으나, 응급조치를 받은 뒤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경찰청에는 실종 신고와 신원 확인요청 등 120건이 접수됐으나 모두 신원 확인이 됐다. 한편 부산시는 30일 열릴 예정이던 2022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을 당일 취소하고,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부산불꽃축제도 31일 회의를 열어 취소나 연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회부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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