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심리’ 불특정 다수 향한 극단적 범죄 부추긴다 [묻지마 흉기 난동]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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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하고 싶은 충동·자신감에
이전에도 강남역 살인사건 비롯
한 달 새 3건이나 잇달아 발생
치안 불안 키우는 모방범죄 근절
신속 검거로 범죄 희화화 막아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는 범행 양상이 다양하고 발생 예측도 쉽지 않지만, 피의자가 사회적 단절 속에서 극단적 행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 불만이 누적되면서 이를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정신적인 문제로 고립된 이가 불안감이 누적되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양극화와 대인 관계의 단절화가 가중되고 있는 만큼, 묻지마 범죄는 더 빈번해질 우려도 나온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묻지마 범죄

2016년 5월 25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의 길가에서 아무 이유 없이 남성 김 모(52) 씨가 가로수 지지대(길이 103cm)를 뽑아 지나가던 여성 2명을 잇달아 때렸다. 피해 여성 한 명은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김 씨는 범행 5시간 전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을 망치로 부수기도 했다. 김 씨는 조현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한 전력이 있다.

이 사건 5일 전인 20일엔 중구 광복로에서 술 취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부려 행인들을 위협하는 ‘광복로 흉기 난동’ 사건이 있었고, 일주일 전인 5월 17일엔 30대 남성이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강남역 살인사건’이 있었다. 범행 동기는 여성에 대한 혐오였다.

명확한 이유 없이 살인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묻지마 사건이 일주일 3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묻지마 사건은 범행 특성상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범죄 전문가들은 ‘모방 심리’에서 묻지마 사건 연쇄화의 원인을 찾는다. 사회적 불만이 누적되면 불만의 원인이 되는 대상을 찾는 경향이 있고, 여성 등 다른 집단 또는 타인 전체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이때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면, 이를 보고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된 이도 비슷한 경로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다. 조현병의 경우 오히려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묻지마 범죄가 이슈가 되면 범행 모습 등을 이미지화 하며 폭력적 방식으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충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에 전방위적 대응 필요

잇단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치안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정부와 관련 기간들은 묻지마 범죄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불리던 사건들을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관련 사례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담당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현재까지 체계적 분류 등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시민 사이 굉장한 공포심이 조성되어있음에도 사건 건수가 적다는 이유로 강력범죄로 함께 분류해 별도 관리가 되지 않았다”라며 “범죄 발생 건수와 별개로 국민에게 치명적인 어려움을 주는 문제라면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통계가 잡혀야 그에 대한 분석과 조직구성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이상동기범죄의 별도 통계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최근 치안 불안을 키우는 모방범죄를 억제한 이후 범정부적인 협의체를 순차적으로 구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한 검거, 확실한 단속으로 묻지마 범죄를 희화화하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며 “이후 현 사태가 심각한 만큼 범정부적인 협의체를 꾸려 경찰의 신속 대응, 정부의 사전 예방 조치가 서로 발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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