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첫날' 수산업계 “불안 부추길까 봐 피해 호소도 제대로 못 하고…”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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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첫날 관련 업계 표정

수산물 가격 변동 아직 적지만
방류 계획 때부터 피해 주장도
“수출 물량으로 소비 위축 메워”
아프리카 수출 고등어가 대표적
“안전 문제 발생하면 조업 중단”
전국 수산인 대표 긴급대책회의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전광판에 수산물 방사능 안전 현황이 안내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오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전광판에 수산물 방사능 안전 현황이 안내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 첫날, 수산업계는 당장은 수산물 가격에 큰 변동은 없지만 방류가 계속되면 불안 심리가 확산해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소비 위축이 현실화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24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위판된 대형 고등어의 상자(18kg)당 가격은 12만 원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슷한 수준(11만 원가량)이었다. 이날 위판된 수산물은 전날 조업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날 새벽 경매에 부쳐진 것이다.

업계는 방류가 진행될수록 수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소비 부진으로 인해 수산물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선망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류 첫날이고, 방류 개시 이전에 잡힌 고기들이라 뚜렷한 어가 하락은 보이고 있지 않다.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어황이 좋아 고기가 많이 잡힌다”며 “시간이 지나면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 단계에서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가 벌써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표면적으로 생선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수산물 소비는 이미 줄고 있고, 수출 쪽으로 눈을 돌려 겨우 물량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산지 위판장에서 경매로 연근해 수산물을 구매해 유통하는 한 중도매인은 “원래 아프리카 쪽에서는 큰 고등어는 비싸니 작은 고등어를 사료용으로 한국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식용 크기 생선의 국내 소비가 죽으면서 단가가 하락했고, 이 물량이 지금 아프리카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도매인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국내 수산물 소비 위축은 이미 시작됐다”며 “유통 쪽에는 벌써 피해가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수산업계는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걱정하면서도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까봐 피해를 마냥 강조하기도 어렵다는 분위기도 내비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나서서 피해를 주장하면 자칫 국민들이 수산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받아들일 수 있고,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피해로 돌아온다. 또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면 수산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까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생업이 달린 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정말 괴롭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어업인들은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기준치이상 방사능물질이 나오면 즉각 조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개시한 24일 전국 수산인 대표들이 서울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조성을 위해 수산물 안전에 문제가 발생되면 조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생업보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겠다는 뜻을 담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전부터 정치적 논쟁과 불확실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수산물 소비가 이미 급감해 버렸다”며 “수산물 소비위축 장기화로 수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와 정부가 국민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방사능 감시체계 강화와 수산물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긴급회의를 주재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수협과 어업인은 책임지고 철저하게 검증된 수산물만 공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가 되었다고 해서 부적합한 수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협중앙회는 오염수 방류가 개시됨에 따라 25일부터 비상상황실을 가동해 수산물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전국 위판장과 양식장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지원하는 등 수산물 안전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국민이 참여하는 시식회와 소비 캠페인을 전개하며 대대적인 소비 진작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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