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한 장관 비대위원장 지명
정치 경험 없는 대표 최초 사례
“보수층·청년·중도층 민심 견인”
26일께 전국위 통해 공식 확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대 총선을 4개월가량 앞두고 집권 여당 국민의힘 사령탑에 올라섰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정치 초보’ 검사 출신 당 대표의 탄생이다. 정당사에 전례가 없던 일이다. 장관 ‘데뷔’ 이후 뛰어난 언변과 전투력으로 야당의 집중 표적이 됐던 그가 이제 최일선에서 야당과 ‘총선 승부’를 겨루게 됐다. 그의 성패 여부가 차기 대선 지형은 물론 우리 정당 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당 비대위원장에 한 장관을 공식 지명했다. 지난 13일 김기현 대표가 ‘주류 희생’을 둘러싼 당 혁신위와 갈등, 여권 지지율 답보 속에 사퇴를 선언한 지 8일 만이다.

윤 권한대행은 “지금 국민의힘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국민 민생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내년 총선을 이끌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문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장관은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선거인만큼, 보수층 재결집과 함께 젊은 세대와 중도층 민심을 견인할 카드로 한 장관만 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 장관은 야당의 집중 공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논리와 언변으로 보수층 팬덤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대권후보 중 1위를 차지하며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을 결정하고, 그동안 중진연석회의(14일), 의원총회(15일),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18일), 상임고문단 간담회 등을 잇따라 열어 비대위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비윤(비윤석열)계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당정 관계 재정립 등 총선 승리를 위한 당 개혁 작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류 친윤(친윤석열)계의 강력한 지지에 따라 한 장관이 큰 저항 없이 집권당 ‘구원투수’로 낙점됐다.

한 장관은 이날 윤 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밝힌 이후 곧바로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놨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 수락 이유에 대해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는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만 되겠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을 전후해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동훈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올해 안으로 비대위 출범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의 ‘용산 색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원 구성이 한동훈 비대위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