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고 건강한 5060 “갈 곳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5060,부산의 활력으로]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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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노년이 달라진다

사실상 본격 연금 생활 1세대의 ‘플렉스’
건강·문화·여가에 관심… 과감한 투자도
3년치 카드 사용 보니 소비력 매년 증가
설문에 여가 시설·정보 부족 불만 제기
부산시, 하하 캠퍼스 등 대책 마련 부심

부산시 중장년 프로그램인 ‘50+생애재설계대학’ 수강자들이 부산외대의 예방운동관리사 양성과정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부산시 중장년 프로그램인 ‘50+생애재설계대학’ 수강자들이 부산외대의 예방운동관리사 양성과정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요즘의 5060세대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연금을 바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고, 건강 관리도 일찍부터 해서 사회 활동이 왕성하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여가와 문화생활 욕구도 높다.

■취미에 쓰는 돈, 아깝지 않다

올해 53세인 이승숙(부산 사하구) 씨는 BTS의 열성팬인 ‘아미’이다. 부산의 BTS 성지에서 50대 아미들과 모임을 하고, 앨범은 물론 키링이나 가방 등 다양한 굿즈를 구매해 방 한쪽 장식장에 전시한다. 유료 콘텐츠를 보고, 컬러링과 벨 소리를 매번 신곡으로 바꾸는 것도 잊지 않는다. 평소 아르바이트를 통해 틈틈이 용돈을 버는 그는 최근 BTS 콘서트 대비 적금을 들기 시작했다. BTS 멤버 제대 후 콘서트가 열린다면 개최 국가를 막론하고 참석하고야 말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부부 교사로 2년 전 퇴직한 박해진(64) 씨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1년 넘게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 작은 펜션 규모의 집을 연 단위로 계약해 부부가 같이 지내며 제주도의 꽃과 풀을 연구 중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부산에 와서 퇴직 후 만든 교육 봉사 법인의 활동을 한다. 교사 시절 경력을 살려 미디어 리터러시 강연이 주된 일이다. 박 씨는 제주살이를 2년 정도 한 후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퇴직 전후 5060세대의 경제력은 다른 세대보다 안정적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문화 여가 생활에 돈을 쓰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다.

부산 인구 중 50세 이상은 모두 153만 2000명으로, 이 중 신중년(50~64세)은 83만 명(25.2%), 노인(65세 이상)은 70만 2000명(21.3%)에 달한다.

신중년 가구주 가구의 소득은 300만~400만 원 미만이 16.5%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만~300만 원 미만이 16.0%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의 5060세대는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펜셔너 1세대’로도 분류된다. 국민연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편된 것은 1999년이다.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고 연금을 납입했다면 국민연금 월 수령액은 100만~200만 원 구간에 들어간다. 올해 1월 기준 국민연금 월 수령액이 100만 원이 넘는 인구는 74만 4099명이고, 200만 원이 넘는 이도 3만 1840명에 달한다.

5060세대의 안정적인 경제력은 소비에서도 증명된다. 부경대학교 데이토리랩이 부산시 오픈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부산에서 소비 금액(신용카드 기준)은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지만, 50대와 60대만 늘었다. 2019년 전체 소비 금액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4.99%였지만 2021년에는 25.59%로 소폭 상승했다. 60대는 같은 기간 14.30%였던 비중이 16.27%까지 높아졌다.

■여가 시설·정보에 목마르다

5060세대의 문화·여가 수요와 관심은 늘고 있지만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22년 장노년 통계에 따르면 신중년의 여가 생활 만족도는 ‘보통’이라고 답한 이가 가장 많은(48.6%) 가운데 ‘약간 불만족’ 29.0%, ‘매우 불만족’ 4.6%으로, 불만족(33.6%)이 만족(17.8%)보다 배 가까이 높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27.5%)과 시간적 여유 부족(17.4%)에 이어 여가 시설 부족과 정보 부족(16.5%)을 꼽았다. 공공 서비스 영역이 관심을 두어야 할 대목은 여가 시설 부족이다.

부산연구원 이재정 연구위원은 “최근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자원봉사 등 각종 활동을 위해 모일 공간이 부족하다는 답이 많았다”며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 가기에는 나이가 젊은 시니어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중년 절반 이상(58%)이 평생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해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교육 받고 싶은 부문은 건강(28.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레저·스포츠(25.5%), 문화·예술(14.7%) 순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집 밖으로 나와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몸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의료비 지원 등 각종 비용이 줄어든다”며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5060세대들의 사회적 관계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시는 5060세대를 위한 인프라로 하하(HAHA) 센터를 15분 도시 정책과 연계해 조성 중이다. 자원봉사나 동아리 등 각종 시니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평생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하하 센터가 소규모여서 기능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하하 센터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하하 캠퍼스도 만든다. 하하 캠퍼스는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평생 교육의 질을 정규 4년제 대학 과정으로까지 높인 복합 단지이다. 레저·스포츠를 비롯해 카페, 숙박시설 등 각종 여가 시설을 한데 모았다. 여기에 5060세대 중심의 생애설계융합학부의 강의실과 부대 시설도 들어선다.

부산시 정태기 노인복지과장은 “부산을 비롯해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 노인과 청년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규모 복합 단지로 조성되는 하하 캠퍼스는 대학 캠퍼스 안에 들어서 세대 통합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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