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으로 ‘라데츠키 행진곡’… 무대·객석 혼연일체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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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국악관현악단 신년음악회
창단 40주년 해 맞아 뜻깊어
첫 연주부터 호평·최다 관객도

지난해 ‘탬버린 댄스’로 웃음 준 
이동훈 지휘자 소통 의지 확고
국악관현악 음향 문제 옥에 티

지난 24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가 열린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내부 모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지난 24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가 열린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내부 모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지난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 중 '라데츠키 행진곡' 앙코르 모습. 박희진 제공 지난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 중 '라데츠키 행진곡' 앙코르 모습. 박희진 제공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신년음악회에선 거의 빠지지 않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지난 24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특별 연주회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의 앙코르곡으로 듣게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국악관현악 편곡으로 시립국악관현악단이 처음으로 들려준 라데츠키 행진곡은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금과 대금, 피리, 가야금, 아쟁, 거문고, 타악… 그리고 박자에 맞춰 열렬한 박수를 보낸 관객 신명까지 더해져 무대와 객석은 혼연일체가 된 듯했다.

물론 앙코르에 앞서 2부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한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신모듬’(작곡 박범훈)이 끌어올린 에너지가 컸다. 이날 시립국악관현악단은 40분 이상 소요되는 ‘신모듬’ 전 악장(풍장-기원-놀이)을 처음으로 연주해 객석은 후끈 달아올랐다. 1부 연주 때 심각한 표정 일색이던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조차 사물놀이 협연자가 내부자(북 최정욱·꽹과리 이주헌·장구 최오성·징 박재현)인 덕분인지 희색만면한 모습으로 연주해 보는 이들도 즐거웠다.

게다가 이날 관객은 약 1100명으로 시립국악관현악단으로선 근년에 없던 기록이다. 공연 1시간 전부터 대극장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덕분일까. 라데츠키 행진곡 앙코르 연주에 앞서 이동훈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는 마이크도 없이 입을 열었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습니다. 올해 첫 공연부터 2층, 3층까지 채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2월까지 매달 이렇게 오실 거죠? 제가 지난해 송년음악회 때 탬버린을 친 뒤 걱정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또 뭘 보여줘야 하나 싶어서요.”


지난해 12월 개최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에서 깜짝 퍼포먼스로 탬버린을 치며 앙코르 연주 중인 이동훈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 박희진 제공 지난해 12월 개최한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에서 깜짝 퍼포먼스로 탬버린을 치며 앙코르 연주 중인 이동훈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 박희진 제공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 때 단원들도 모르게 준비한 ‘탬버린 댄스’로 즐거움을 선사한 이 예술감독을 기억하는 관객 사이에선 웃음보가 터졌다. 당시에도 “권위를 내려놓은 지휘자” “국악 공연이 맨날 이러면 대박 날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그 기운이 신년음악회까지 이어질지 예상 못 했기에 한층 사기가 오른 듯했다.

더욱이 송년음악회는 이희문과 ‘놈놈’(조원석·양진수), 동양고주파 등 협연자들이 워낙 탄탄해 어느 정도 예상된 인기였지만, 신년음악회는 유명세를 치를 만한 협연자를 내세운 것도 아니어서 놀란 것도 사실이다. 첫 곡 ‘비나리’(작곡 이동훈)는 임원식 성남시립국악단 타악 부수석과 ‘사물놀이 마당’이 풍물 협연을 했고, 나머지 협연자(남도민요 박성희·정선희,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사물놀이)는 자체 해결했다.


지난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 모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지난 24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음악회, 청룡이 나르샤' 모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공

다만, 40주년을 맞는 해의 첫 연주회여서 ‘무료 관람’을 어렵사리 결정했는데 그 영향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료라고 해서 무조건 많은 관객이 오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없진 않았다. 예술단운영팀 조성일 부장은 “지난 2일 티켓 오픈 첫날 800장가량이 나가고 그다음 주에 곧바로 매진되는 걸 보고 긴가민가했다. 오히려 무료다 보니 ‘노 쇼’가 걱정돼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까지 못 보게 될까 봐 여러모로 애썼지만 공연 임박해 나오는 취소 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선 지휘자와 일부 단원이 관객 요청으로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통하는 지휘자’를 자처한 이 예술감독과 시립국악관현악단의 의욕 넘치는 행보는 저절로 다음 연주회를 기약하게 했다. 하지만 국악관현악단이 태생적으로 가지는 ‘음향’ 문제는 이날 옥에 티로 지적됐다. 국악기는 서양악기보다 음량이 작아서 마이크와 스피커 등 음향 장비를 활용해 음향 균형을 맞추는데 이날 공연에선 만족스럽지 못했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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