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부터 이 대표 따라다닌 피의자…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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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지지자 행세
부산 전세사기 간담회 등 출몰
지난 1일엔 평산마을에 나타나
흉기 지난해 여름 구입 가능성

2일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 모(67) 씨 범행 전 모습. 범행 때와 달리 파란 왕관을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독자 제공 2일 이재명 대표 습격범 김 모(67) 씨 범행 전 모습. 범행 때와 달리 파란 왕관을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독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범이 지난달 13일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 지난 1일 김해 봉하마을에 나타났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 1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도 지난해 6월부터 6차례나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고 진술했다.


이에 범행을 오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에서 흉기를 구입한 시기도 지난해 여름이라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 습격범 김 모(67) 씨의 지난 1일 동선에 KTX 울산역이 포함된 것은 평산마을 방문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KTX 울산역은 평산마을과 13km 거리로, 차량으로 20분가량이면 갈 수 있다.

이 대표는 당초 지난 2일 부산 가덕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을 소화한 후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가질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범행 하루 전 평산마을을 ‘사전답사’ 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부터 6차례 지지자 행세를 하며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고 진술했다.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지만, 김 씨가 비교적 오랫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씨는 지난 2일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처음 나타날 때 ‘내가 이재명’이라 적힌 파란 왕관을 쓰지 않고 있었다. 정치권 인사들이 몰리자 파란 왕관을 쓴 채 대기했고, 주변 경계심을 낮춘 뒤 이 대표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A 유튜브 라이브 영상 등에는 김 씨가 가덕도 대항전망대에 나타난 모습이 등장한다. 파란 왕관을 쓴 김 씨는 홀로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고, 이 대표가 나타나자 주변으로 다가와 서성였다. 현장에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정치인들이 오기 전부터 김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유튜버는 “김 씨가 가덕도 비석 옆에 서 있는 게 영상에 담겼는데 당시에는 머리에 왕관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김 씨는 6개월 이상 범행을 계획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 김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봉하마을 촬영 영상에는 이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하러 가는 길에 지지자들이 순간적으로 나와 이 대표에게 악수를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 씨도 이 대표 지지자인 척 사인을 해 달라며 접근해 습격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 사실 공표죄’에 묶여 경찰의 공식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반면, 유튜브와 SNS에서는 아무런 규제 없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나돌면서 가짜 뉴스 확산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이 대표가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에 찔렸다는 가짜 뉴스다.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브는 이 대표가 칼에 찔린 것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나 나무칼 등에 찔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천 명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튜브는 목격자의 육성 증언을 활용해 “김 씨가 들고 있던 칼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고 방송했다. 심지어 교수, 의사 등 전문가들도 이 같은 가짜 뉴스에 동조했다.

소문이 확산되자 경찰이 “등산용 흉기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으며, 압수한 흉기 감정을 한 결과 흉기 혈흔과 피해자의 혈액이 같아 흉기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사이 가짜 뉴스들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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