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식민지 건물… 문화유산인가, 日잔재인가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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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인 적산가옥인 부산 동구 초량동 백제병원(사진 왼쪽)과 수정동 정란각. 적산가옥 활용 방안을 두고 ‘보존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경현 기자 부산의 대표적인 적산가옥인 부산 동구 초량동 백제병원(사진 왼쪽)과 수정동 정란각. 적산가옥 활용 방안을 두고 ‘보존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경현 기자

‘다크 헤리티지(Dark Heritage)’ 또는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 식민지시대에 남겨진 ‘부정적 문화유산’을 말한다. 부산에는 일본이 남기고 간 부정적 유산들이 여럿 존재한다. 기록된 것만 600여 개. 일반 민가 등의 적산가옥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시, 구청 등에서 부정적 문화유산의 활용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일제의 잔재이지만 보존을 통해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시 모습 그대로가 아닌 가옥 등을 유산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주장이다.

부산시는 근대건조물 594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정확한 적산가옥 현황은 파악돼 있지 않지만, 이 중에는 부산의 대표적인 적산가옥인 수정동 정란각, 옛 백제병원이 포함돼 있다. 정란각과 백제병원은 이색 관광지로 등극하기도 했다.

근대건조물 등 600여 개 지정

문화재 보존론 vs 신중론 ‘분분’

학계에서는 역사적 가치를 명확히 따져 문화재 등으로 지정해야한다는 ‘신중론’과 후세대에게 당시를 알리기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보존론’이 엇갈린다. 신중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건축물의 가치가 변형돼 보존 가치가 떨어졌다는 주장을 편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동구 옛 백제병원이다. 백제병원의 경우 도르래를 이용한 내리닫이창을 비롯한 일부 구조물의 원형을 잃고 내부가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대 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교수는 “근대 식민시대 주체인 일본인과 일본정부가 만들더라도 문화재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를 명확히 따져 문화재 등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형태를 떠나 후손들의 역사적 사실 기억을 위해 보존을 넘어 관광지화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윤태원 교수는 “가슴 아픈 역사를 지키고 ‘보여 줌’으로써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상기시킬 수 있다”며 “적산가옥을 문화재로 지정해 변형을 못 하게 하고, ‘적산가옥 거리’를 만들어 관광지로 활용하는 것도 역사적,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준용 기자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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