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맥주·빵·영양제까지, '효모'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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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4)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양제 '원기소'.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건조해 만든 영양제가 바로 '원기소'다. '검정고무신' 영상 화면 캡처 / 서울약품 제공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양제 '원기소'.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건조해 만든 영양제가 바로 '원기소'다. '검정고무신' 영상 화면 캡처 / 서울약품 제공

효모(酵母)의 글자 뜻은 '발효(삭힘)의 어머니'라는 의미다. 영어로는 이스트(yeast)다. 이스트를 효모로 번역한 이유는 아마도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스트가 그 주체이기 때문에 어미 모(母)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효모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빵효모'다. 효모 하면 '빵효모' 혹은 '알코올발효 효모'를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효모 전반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단어다. 빵효모와 알코올발효 효모는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술을 만드는 효모에는 동일한 속명(생물의 분류에 있어 과(科)와 종(種) 사이에 붙여지는 이름)을 가지는 몇 종류가 있다.


효모는 동식물과 같이 고등인 진핵세포에 해당된다. 바깥에 두꺼운 세포벽을 가지는 것 외에는 동식물 세포와 기능이 유사하다. 즉 세포 내의 구조·생리·대사적 원리가 거의 동일하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점이 신비한 대목이다. 진화론적으로 모든 생명체가 미생물로부터 진화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효모의 형태는 구형이나 난형(卵形)이 많다. 크기는 동물 세포와 비슷한 10마이크로미터(μm) 전후로 세균보다 지름이 10배나 크다. 번식은 분열 등 여러 형태가 있으나, 대부분은 싹트는 것처럼 출아(出芽)의 형식을 취한다. '칸디다' 같이 환경에 따라 곰팡이처럼 균사의 형태로 자라는 것도 있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오른쪽 사진에서는 빵효모의 자손이 출아하여 떨어져 나가기 전의 형태와 떨어져 나간 후의 상처(흉터)가 보인다. 오래된 것은 표면에 여러 개의 흔적이 나타난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오른쪽 사진에서는 빵효모의 자손이 출아하여 떨어져 나가기 전의 형태와 떨어져 나간 후의 상처(흉터)가 보인다. 오래된 것은 표면에 여러 개의 흔적이 나타난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효모는 대부분 인체에 무해하지만 가끔 곰팡이처럼 피부병 등 진균증의 원인이 되는 것도 있다. 병원균으로는 칸디다증이 잘 알려져 있는데, 신체의 여러 부위(피부, 점막, 입, 인두, 식도, 질속, 손발톱)에 감염되어 피부염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생육온도는 30도 정도이며, 대부분 산소를 필요로 하는 호기성이다. 먹이로는 포도당, 설탕 등 단순 당을 좋아한다. 때로는 포자를 만들어 열악한 환경을 견디는 종류도 있다. 효모를 곰팡이로 혹은 균류로 묶어 분류하는 방법도 있으나 보통은 따로 떼어서 다룬다.


인간이 미생물을 이용한 역사는 효모가 시초일 것으로 추측한다. 존재가 확인되지도 않았던 시절부터 이미 술을 만들어 먹었으니까. 술 중에는 포도주가 최초로 보인다. 세간에는 효모와 효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효소(酵素)'는 생명체가 아니라 효모의 세포 속에 존재하는 기능성 단백질이다. 문자 그대로 발효를 하는 요소라는 뜻이다. 즉 발효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여러 종류의 효소에 의한다. 포도당을 술로 만드는 것은 효모지만, 실제는 세포 속 여러 종류의 효소가 이 반응을 담당한다. 인류가 효모를 이용한 몇 가지 예를 살펴본다.


알코올발효 ; 알코올발효 효모 중 가장 유명한 것이 Saccharomyces(사카로미세스)라는 속(屬)이다. 이 속에는 몇 종(種)이 있다. S. cerevisiae, S. sake, S. ellipsoideus가 유명하다. (속명은 보통 약자·대문자로 사용, 모든 학명(學名)은 이탤릭체로 표시하는 게 원칙)

S. cerevisiae(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애)를 맥주효모 혹은 빵효모라고도 부르는데, 포도당이나 설탕으로부터 에탄올(술)을 대량 생성하는 특성이 있다.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사진제공 이태호 교수

제빵 ; 빵을 부풀게 하는 이스트는 알코올발효 효모다. 포도당을 에탄올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를 밀가루 반죽 속에 가둬 부풀게 하는 원리다. 시판하는 이스트는 대부분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것을 살아있는 상태로 동결건조 한 것이다. 미생물을 동결건조하면 죽지 않고 보존이 가능하다. 효모가 어떻게 빵을 부풀게 하는지는 따로 주제를 정해 설명한다.


원기소 ; 맥주공장에서 나오는 효모를 건조해 만든 영양제가 '원기소'와 '에비오제'다. 미생물 균체는 동물 세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영양적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바깥 측에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벽이 있기 때문에 소화율에는 제한이 있다. 소화를 돕기 위해 가끔 물리적으로 처리하여 파쇄된 제품이 나오기는 한다. 효모 추출액이나 이를 건조한 파우더도 있다.


동물 사료 ; 효모는 영양적 가치가 우수해 식품 및 동물 사료의 영양 강화제로 많이 쓰인다. 세균의 경우도 과거 인체에 무해한 균을 값싼 석유에 대량 배양하여 식용 혹은 사료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이를 단세포단백질 혹은 석유단백질이라 불렀고, 한때 큰 인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석유 속 유해성분의 완전 제거가 어려워 유통이 금지됐다.


식품 혹은 의료분야 ; 특수효모는 발효, 천연색소, 유지(식용유) 생산 등에 이용되기도 한다. 빵효모의 세포벽 성분인 베타글루칸이 일부에서는 항암효과가 있다 하여 인기라고 한다. 그러나 광고만 요란했지 임상적인 효과는 기대할 것이 못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효과가 좋다면 유수 제약회사가 왜 암의 치료약으로 개발하지 않았겠나. 건강식품의 한 종류 정도로 생각하는 게 편할 듯하다.


버섯 ; 버섯은 곰팡이 종류인 담자균이 대부분이지만 효모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목이버섯인데 나무에 달린 사람의 귀같이 생겼다 하여 목이(木耳)라 부른다. 다음 주제는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코로나19를 포함한 바이러스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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