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수중생활 적응' 고래 유전자의 비밀 풀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내 연구진이 고래가 골밀도를 감소시킴으로서 부력을 얻게 된 원인유전자를 최초로 규명해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장 홍기훈, 이하 KIOST)은 고래가 바다의 수중생활에 적응하는 데 기여한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원래 육상에서 생활하던 유제류(발굽이 있는 포유류 동물)가 수 천만년 전 해양으로 서식처를 옮기면서 진화한 고래는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적·생리적 변화를 겪는 데, 급격한 골밀도의 변화도 그 중 하나이다.

얕은 물가에서 생활하던 수 천만년 전의 고래는 높은 골밀도를 갖고 있어 뼈가 추의 역할을 하였으나, 완전히 수중생활에 적응한 현재의 고래는 매우 낮은 골밀도로 인해 부력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골밀도를 조절하는 원인 유전자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KIOST 이정현 박사(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유전자의 진화분석으로 고래가 바다의 수중생활에 적응하는 데 기여한 유전자들을 발견했다.

인간 및 고래류와 같은 포유류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Fibroblast Growth Factors; FGFs) 22종(FGF1~FGF23, 15번 제외)이 있고, 이들은 혈관형성, 상처치유, 배아발생, 세포분화, 신호전달, 대사조절기능 등 다양한 생리조절작용에 관여하는 성장인자로 질병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연구팀은 FGF 22종의 변이와 고래 진화와의 관계를 수염고래 3종, 이빨고래 5종의 유전체를 이용해 분석했고, 각 FGF의 조직별 발현을 밍크고래 및 북극고래의 전사체서열(RNAseq)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고래가 잠수해 저산소 상태가 되면 간에서 FGF23의 발현을 유도해 낮은 골밀도를 유지하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골밀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GF23이 고래의 간에서 높은 농도로 발현됨을 발견하고, FGF23 발현이 저산소에 의해 조절될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고래는 저산소에 의해 FGF23의 발현이 더욱 잘 되도록 진화됐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서 저산소증에 의해 FGF23 유전자 발현이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저산소증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s)와 관련된 인간 질병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또 FGF9에서도 변이(203번 아미노산 치환)가 생겨서 해당 단백질의 동형중합체(homodimer) 형성이 저해돼 팔꿈치 골말단 유착이 유도됐음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고래의 가슴지느러미(flipper)가 필요한 조타 기능을 하도록 진화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정현 박사는 "향후 해양생물이 오랜 세월 바다 속에서 진화의 과정을 거쳐 획득한 다양한 특성에 연관된 유전자를 찾아, 이를 이용하면 인간 질병의 원인과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IST 주요 과제인 '해양·극한 유전자 신기능 발굴 및 활용기술개발'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융합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Scientific Reports' 2017년 1월호에 게재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이미지 설명)해양환경에 적응한 고래의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특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제공.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