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전날, 예쁜 옷 만지작 "가장 힘들었다"… '그알' 제작진 뒷이야기(종합)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양부모 학대로 입양 271일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한 16개월 정인이 사망 사건을 다뤘던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이동원 PD가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동원 PD는 8일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에서 '정인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용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그알에서) 취재를 시작한 이유

SBS '궁금한이야기Y'에서 이미 두 차례나 다뤘던 주제다. 수많은 언론에서 이 주제에 대해 굉장히 많이 다뤘고, 그알 제작진으로서는 '우리가 이 사건에서 해야 할 좀 더 다른 역할이 있을까?', '뭔가 다른 주제를 가지고 취재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러던 중 많은 사람이 '그알'로 제보 메일을 보냈고, 이렇게 많은 메일을 주셨는데, '알고 보니 좀 더 다뤄야 하는 이야기들이 남아있지 않을까?', '또는 그래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보자 몇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만나고 보니 (그분들이)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많이 있어. 방송 필요성이 있고, 결정하게 됐다.

▷양부모가 정인이를 입양한 진짜 이유.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인가?

저희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인터넷상에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적인 이득이다', '뭐(다른 이유)다'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소문)에 대해 취재하면서 확인한 내용은 없다. 다만 많은 제보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양모가 정인이와 한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양모가 '네,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 입양했어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안 물어봤는데, 왜(입양 얘기를 하지)?', 그리고 심지어 입양은 공개입양도 많이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비공개 입양도 훨씬 많다. 그래서 (카페 사장님이 당황하면서) '네 축하드려요', '아우, 훌륭하시네요'라는 말 밖에 반응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비슷한 에피소드를 한 3~4번 정도 더 들었던 것 같다.

입양한 아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는데, (양모가 먼저) '내가 이 (아이를) 입양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먼저 많이 하고 다녔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고 하더라. (그래서 의심스러워 취재를 하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몇 개월 간 어린이집을 결석했던 정인이가 사망 전날 갑자기 등원하게 된 배경

지난해 9월 23일 3차 신고 이후 명절 연휴 등의 여러 이유로 어린이집에 자주 나오지 않았던 정인이가 사망 전날 갑자기 등원했다. 저희 취재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정인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자택 방문을 요청했지만, 이를 양부, 양모가 거부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확인하자. 그래서 아마도 '어린이집에 그때 등원을 시킨 게 아닐까'라고 추정한다.

정인이 사망 전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그알) 담당 작가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찬찬히 살펴봤다. 작가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 부분은 방송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아파서) 작가 말로는 힘이 없는 아이가 자꾸 옷의 끝자락을 만졌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인이가 그날 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 그 옷을 입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인이가 그 옷을) 꼭 처음 입어보는 것처럼, 어색한 옷인 것처럼 자꾸 끝자락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말)했다. 사망하기 전날 굉장히 건강 상태가 안 좋고 아마 장기에서 출혈이 있었을 텐데, 그나마 그날 좀 예쁜 옷을 입은 것마저도 어색해하던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양모가 정인이 사망 당일 응급실에서) 어묵을 (공동)구매하고 그런 장면은 없나

이미 저희가 취재하기 전에 인터넷상에 (양모가 어묵 공동구매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다. '정인이의 양모가 아이의 사망 전후로 해서 인터넷에서 어묵을 공동구매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확인해 봤다. 정인이 사망 당일인 2020년 10월 13일 낮 12시 29분에 어묵을 공구하겠다고 'O번 어묵 세트 구매하겠습니다'라고 양모가 올린 댓글이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정인이가 응급실에 간 다음이다. 우리는 (이 글이) 정인이가 응급실에 있을 때 올렸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응급실 도착 당시 정인이에게 심정지가 왔는데 거기서 어묵을 살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 취재를 했었다.

양모는 사망 전날 밤 10시쯤 지인들에게 '어묵 공동구매가 있는데 같이 사실래요' 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묵을) 사겠다는 구매 요청을 응급실 와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양모가 어묵을 구매했고) (정인이가)사망 다음 날에는 어묵이 왔고, 어묵을 사기로 했던 지인에게 ‘애들 데리고 놀이터에서 만날까요?’라고 연락했다고 한다. 이어 첫째를 데리고 나온 양모가 ‘아, 맞다. 어묵 왔어요’라며 그 지인에게 전달해줬다. 그 지인은 당시 정인이의 사망을 몰랐다가 며칠 후 뉴스로 알았다. 어묵을 받은 그분은 정인이가 생사를 오갈 때 산 어묵을 줬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아서 버렸고, 펑펑 울었다. 이 지인은 양모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도 죄책감을 느껴 저희와 인터뷰를 선뜻 응해주셨고, 확인이 필요한 여러 정보에 대해 협조했다. 그 외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 방송 끝나고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수감되어 있는 동안 양모가 심리검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을 가능성이 있나

저희도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분(양모)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를 고민하다가 찾아간 곳이 입양기관 '홀트아동복지회'였다. 왜냐하면, 입양하기 이전에 아마도 '그런 거(정신, 심리) 관련 검사를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서 홀트를 찾아갔고, 알게 된 것은 입양을 진행하려고 할 때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가정법원이라는 곳이다. 법원에서 지정된 곳에 가서 심리검사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당사자가 가서 직접 검사를 하는데 이 검사 기록은 당사자도 볼 수가 없고 입양기관도 볼 수가 없고, 법원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정인이의 경우는 입양됐기 때문에 양모의 심리상태에 결격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부분을 많은 시청자분이 혹시나 이런 걸 가지고 '감형을 요청하지 않을까'라고 궁금해하는데, 이 부분은 1월 13일 시작되는 양모의 재판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대 신고가 여러 차례 되었음에도 아동보호기관이 조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그들의 역할에 대해 의문이 든다

1차 아동학대 신고 후 주로 통화로 정인이의 상태를 점검했다.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서 예산이 부족하고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정인이 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던 것은 예산 문제, 인력 문제를 떠나서 '세 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왜 정인을 구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그리고 (정인이가) 살아 있었다고 한다면 '네 차례, 다섯 차례까지 신고가 들어갔을 때는 구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관련 기관에서) 좀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한다. 그래서 더는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동학대 관련 현재 법률은 어떻게 되고, 신고 의무자들이나 관계자들이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것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는가

정인이 사건 같은 경우 세 차례 신고가 들어갔음에도 아동이 사망하게 된 경우다. 정인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길 '앞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두 차례 들어오면 분리조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겠다. 그렇게 지침을 만들겠다'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신고 의무자가 신고했을 때 특별히 더 신경을 써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우려했다. 우려하는 부분은 '2번 신고한다고 무조건 분리하는 것이 맞을까?', 그것보다는 현장에 있는 분들이 적절하게 그때그때에 맞게 상황 판단을 해서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를 빠르게 발견해서 어떻게 조처를 해서 안전하게 보호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정인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것은 2013년 발생한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이다. 이서현 양이 안타깝게 사망을 한 사건인데. 그 사건을 저희가 취재를 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사건을 취재한 이유는 정인이 사건이랑 너무 똑같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해서 많은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2020년에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그때 만든 시스템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그 시스템 속에 있는 사회, 담당자나 주변의 이웃이 잘못하고 있는 건지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 비하인드 방송화면 캡처

▷진정서를 보내는 것이 도움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

(도움을 주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는 방송하는 사람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인이를 정말 많이 아꼈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지금 많은 관심을 주셔서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도 (진행) 되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도 (정인이 사건이) 오르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는데. 이러고 잊힐까 봐 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알은 정인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저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고, 정인이를 걱정하는 많은 분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결국 정인이를 위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이 안타까운 아이가 사망했네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해주고, 추모해 주고 뭔가 남을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너무 진심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저희가 방송에 다뤄야 한다는 게 많이 안타깝다. 이 사건을 끝까지 저희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저희가 또 취재해야 할 상황이 생기거나 알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후속보도를 할 것이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