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와대·정치권 대거 포진한 PK 인사들 ‘빛 좋은 개살구’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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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부산상공회의소 의장단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부산일보DB 사진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부산상공회의소 의장단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부산일보DB

“사람은 많은데, 별로 도움은 안 된다.”

중앙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PK) 출신 유력인사들의 현주소다. 부울경 출신들이 정부·청와대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 대거 포진해 있지만 지역 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않거나 생색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외견상 중앙무대에 진출한 PK 인맥은 막강하다. 대통령(문재인)과 비서실장(유영민) 정무수석(이철희) 인사수석(김외숙) 등 청와대 핵심부와 행정안전부(전해철) 해양수산부(문성혁) 환경부(한정애) 장관도 PK 출신이다.


중앙무대 요소요소 자리 잡고도

‘이건희 기증관’ 등 지역 현안엔

실속 없고 챙기는 시늉·생색만


정치권에도 PK 인맥이 두텁다. 민주당 박재호 최인호 전재수 등 ‘재선 3인방’은 뚜렷한 당직은 없지만 언제든 정부와 청와대 쪽에 말이 통하는 ‘실세’다. 야당에선 국민의힘 2인자인 원내대표(김기현)를 포함해 대표비서실장(서범수) 수석대변인(황보승희)이 부울경 출신이다.

박형준(부산) 송철호(울산) 김경수(경남) 등 부울경 광역단체장들도 중앙 정부와 정치권의 인맥이 두텁다.

외견상으로 보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거나 나 몰라라 한다.

‘이건희 기증관’과 ‘K-바이오 랩허브’가 대표적이다. 처음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부울경 정치권과 지자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거나 야심찬 유치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정작 결정 주체인 이건희 전 회장 유족이나 정부 쪽엔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 부산의 한 인사는 “부산시와 정치권이 공조체제를 구축해 정부와 청와대를 상대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K-바이오도 부울경 지자체만 공동 보조를 취했을 뿐 정치권을 이용해 정부를 전방위 압박하지 못했다.

야당의 한 인사는 “지역에서만 목소리 내지 말고 중앙 정부와 정치권을 적극 활용하거나 공조체체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치권의 한발 늦은 생색내기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기업 담합행위 제재 조사 문제는 상당히 오래 전에 이슈화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들은 14일에야 뒤늦게 공동 성명을 내고 “해운산업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는 공정위의 부당심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부울경은 물론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린 202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도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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