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줄줄 새는 옛 동래역사, 국가등록문화재 복원 ‘하세월’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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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산 동래구 동래역사 모습. 동해남부선 역사 중 가장 오래된 부산 동래구 동래역사 모습.

부산 동래구의 국가등록문화재인 옛 동래역사가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가 새고 기왓장이 파손된 지 오래지만, 아직 복원사업 예산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동래구청은 오는 23일 동래역사 복원정비를 위한 설계용역 자문회의를 개최한다. 동래구청은 이번 회의에서 동래역사 복원 방법에 관한 세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9년 6월 문화재 지정 뒤 방치

복원 예산 7억여 원 확보 못 해

문화재청, 동래구에 설계 보완 요구

천장에 비 새는 등 노후화 진행


동래구 낙민동 동래역사(221.95㎡)는 동해남부선(부산 부전~경북 포항) 역사 중 처음으로 완공된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부터 196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오랜시간 주요 정차역이었다.

2019년 6월 문화재청은 “역사성과 장소성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며 동래역사를 국가등록문화재(753호)로 지정했다. 앞서 부산시는 동래역사의 근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2017년 ‘부산 동래역 원형복원 고증조사 보고서 용역’을 진행하는 등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왔다. 부산시는 동래역사의 원형을 복원한 뒤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구상도 세우고 건립 당시 건축도면도 확보했다.

그러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복원 사업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예산 확보가 늦어진 것이 원인이다.

동래구청은 예산 확보를 위해 지난해 문화재청에 설계 승인을 요구했다. 문화재수리법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설계 승인이 있어야만 수리 절차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래구청이 관련 용역을 통해 추산한 보수 예산은 7억 2000만 원 규모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같은달 현지 조사와 설계 검토를 진행한 뒤 설계 결과가 미흡하다며 설계 보완을 요구했다.

그 사이 동래역사의 노후화는 심각해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지붕 시멘트 기와의 파손도 심해지고 있다.

노후화한 동래역사의 보수 작업이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문화지킴이 허탁 단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재가 많이 분포해 있는 동래구의 특성상 문화재 하나라도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대 문화로 보존가치가 높은 동래역사를 잘 보존할 수 있도록 예산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래구청은 문화재청의 지적 사항을 보완해 조만간 문화재청에 실시설계 승인을 재요청할 예정이다. 동래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구 예산을 투입해 임시 방편으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설계 승인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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