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927 >분발하자 <우리말샘>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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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분양자: 토지나 건물 따위를 나누어 사는 사람.(아파트 2중 분양에 속은 분양자들이 공사 중인 아파트에 기습 입주한 뒤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994년 7월〉/특히 일부 분양자의 경우…은행 대출을 통해 점포 2개소를 분양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투데이 2012년 1월〉)

개방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에 실려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 뜻풀이는 같은 사전에 실린 ‘분양’의 뜻풀이와는 정반대다.

*분양: 토지나 건물 따위를 나누어 팖.

즉, 분양이 파는 것이니까 ‘분양자’는 파는 사람이라야 하는데 ‘사는 사람’, 그것도 나누어 사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정반대인 것. 다행히 이 잘못된 뜻풀이는 2019년 ‘파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잘한 일이다.

*골든타임(golden time):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청취율이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

〈우리말샘〉에 실린 이 뜻풀이는 반쪽짜리다. 골든타임이 방송용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래와 같은 의학용어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뇌졸중 골든타임은 3시간… 응급센터 수준이 치료 좌우〉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 ‘골든타임’ 지켜낸 시민 영웅〉

이러니 ‘응급환자나 화재, 사건이나 사고 발생 때 인명과 재산을 지킬 금쪽같은 시간’ 정도의 뜻풀이를 보태는 게 어떨까 싶다. 콩글리시라도 이미 우리말에 편입됐다면 제대로 활용하는 게 옳을 듯.

①접종자(接種者): 접종을 받은 사람.(지금 진행하고 있는 임상 실험은 접종자와 비접종자와의 유행성 출혈열 방어 능력 차이를 실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8년 5월〉/그리고 2단계로 오는 25일까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접종할 계획이며 이 기간에 1단계 무료 접종자까지 포함해 총 2만 3000명을 접종할 계획이다. 〈뉴시스 2010년 10월〉)

②접종자(接種者): 예방 접종을 수행하는 의료인. 또는 실험실에서 균을 배양액에 넣는 사람.

〈우리말샘〉의 이 뜻풀이들 가운데 ①은 같은 사전에 실린 이런 뜻풀이와 어울리지 않는다.

*접종(接種):병의 예방, 치료, 진단, 실험 따위를 위하여 병원균이나 항독소, 항체 따위를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주입함. 또는 그렇게 하는 일.

즉, 접종은 ②처럼 의료인이 하는 일인데, ①은 접종을 받은 사람이라고 풀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접종자’라고 하면, 접종을 한 사람인지 받은 사람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렸다. 개방형 국어사전이라고 너무 열려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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