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헬기 추락 사고] 사고 조종사 3000시간 비행 베테랑, 원인 규명에 블랙박스 확보 관건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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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 마라도 해상에 추락한 S-92 헬기.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 마라도 해상에 추락한 S-92 헬기.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해경 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에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상규명을 위해 기체를 인양해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일이 관건이다.

9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8일 오전 제주 마라도 해상에 추락한 헬기를 조종한 기장 최 모(47) 경감과 부기장 정두환(50) 경위는 모두 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을 넘긴 베테랑 조종사다.

최 경감은 24년간 3155시간을, 정 경위는 23년동안 3238시간을 비행했다. 게다가 사고가 난 헬기인 S-92 기종에 대해서도 최 경감과 정 경위는 각각 328시간, 379시간 비행했다.

특히 정 경위는 해경이 2019년 도입한 신형 중형헬기 흰수리와 UH-60 헬기의 교관 자격을 보유할 정도로 비행에 정통하다. 교관 자격을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한 기종을 200시간 이상 비행해야 한다. 조종 미숙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해경도 이들이 평소에도 야간 해상 비행 같은 고난이도 임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야간에 이뤄지는 이착함의 경우 낮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배에 헬기가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경험과 기술이 요구된다”며 “해경 조종사들은 평상시에도 그러한 임무를 자주 수행해왔고 경험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조종사들은 평소에도 원거리 광역 수색 임무를 수행해왔다”며 “정기적으로 이착함 훈련을 통해 임무에 필요한 경험도 쌓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야간에 해상을 비행하며 함정에 이착륙하는 일 자체가 워낙 고난도이다보니 조종 경험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다른 임무에 비해 높다. 해경 관계자는 “야간 해상 비행은 참조할 수 있는 불빛이 없어 육상 비행에 비해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기상 조건도 비행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역에는 남동풍이 초속 2~4m로 불고 파고는 1m, 시정도 약 9.3km로 나쁘지 않았다.

기체 결함이나 정비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90일 간격으로 이뤄지는 정기 정비와 일일 점검, 비행 전 점검을 받았다. 마지막 정기 정비는 3월 12일 이뤄졌다.

해경에 따르면 해당 헬기는 2019년 이후 결함사례가 28건 기록됐다. 가장 최근 결함이 발견된 날은 3월 6일로, 헬기 내 비행관리시스템의 일부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당시 헬기는 일주일간 정비 뒤에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가 난 S-92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에서 2014년 제작했다. 해경은 2014년 3월 헬기 2대를 들여왔다. S-92 헬기의 내구연한은 26년으로 2040년까지 18년 더 운용 가능하다. 해경이 보유한 S-92 기종 헬기에서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최 경감의 증언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최 경감은 다발성골절 등 중상을 입고 제주한라병원으로 옮겨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최 경감이 실어증 증세를 보이는 등 사고에 대해 진술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블랙박스 확보가 관건이다. 해경 관계자는 “동체가 인양되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야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오전 1시 3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370km 해상에서 남해해경 항공대 소속 헬기가 추락했다. 이로 인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운영요원 4명(기장·부기장·전탐사·정비사) 중 부기장 정 경위와 전탐사 황현준(27) 경장, 정비사 차주일(42) 경장이 순직했다. 기장 최 모 경감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헬기는 지난 7일 대만 해역에서 조난 신고가 접수된 교토1호 수색에 투입될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 6명을 해상에 떠있는 경비함정에 내려준 뒤 복귀하는 길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륙한 헬기가 곧바로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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