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27. '우영우 팽나무' 직접 가보니…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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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개요>

우 to the 영 to the 우!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무섭다. 에피소드 9화가 끝난 28일 현재, 시청률은 15.8%를 찍었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통쾌한 전개로 세대를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매회 큰 화제를 낳고 있는데 7, 8화에 등장한 가상의 마을 소덕동의 팽나무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소덕동 마을 언덕 위에 있는 이 팽나무는 극의 주요 배경이 되면서 '주연급' 활약을 펼쳤다. 이 팽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실제로 이 나무가 있는 곳이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덕동이 아닌 경남 창원시에 있는 팽나무를 직접 보고 왔다.


소덕동 팽나무, 사실 창원에 있다

지난 28일, 부산서 차로 1시간 떨어져 있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에 도착했다. 긴 장마가 끝났고 하늘은 가을처럼 높고 파랗다. 우영우가 좋아하는 동물인 고래가 나타나 하늘을 헤엄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씨다. 마을 입구 근처 논에는 초록색 벼가 빼곡히 자라고 있다. 고개를 숙이면 초록색이 고개를 들면 파란색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평화로운 색감에 눈이 부셨다.

동부마을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소를 키우는 축사가 있고, 수박 등 과일이 유명한 평범한 마을. 이 마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언덕 위에 있는 커다란 팽나무다. 바로 드라마에 나와 유명해진 그 '우영우 팽나무'. 사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짐작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크고 울창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이 '들썩들썩'

월요일인데도 마을 초입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연인과 가족이 대부분이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은 양산까지 챙겼다.

동부마을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다. 방문객이 타고 온 자동차로 한적한 시골길은 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굳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마을을 지나며 창문을 내리고 팽나무 사진만 찍어 가는 사람도 있다.

마을 건물 곳곳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우영우가 좋아하는 고래와 드라마 속 대사가 회색 벽에 가득했다. 우영우의 시그니처 대사,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이 쓰인 벽화 앞에는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방문객이 길게 줄을 섰다.

이 벽화는 누가 그렸을까? 드라마 미술팀에서 그려놓고 간 것일까? 마을을 구경하던 중 때마침 벽화를 그리고 계신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윤소정(34) 씨는 "동부마을에 있는 벽화는 제가 다 그리고 있는 중"이라며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즐길 거리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부마을 주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동부마을 이장이다. 인터뷰 중에도 붓질을 쉬지 않는 사정이 이해됐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500년간 마을을 지킨 수호신

윤 씨가 그린 친절한 손팻말을 따라가니 팽나무가 있는 언덕이 나왔다. 드라마 속에서는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고 묘사됐지만, 실제로 그렇게 높지는 않다. 팽나무로 가는 길은 외길이라 헷갈릴 염려도 없다. 우영우가 언덕을 올라가다 미끄러져, 남자주인공의 겉옷을 입은 장면을 찍은 곳도 찾을 수 있다. 젊은 커플은 반드시 이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갔다. 생각보다 미끄럽지는 않았다.

마침내 팽나무 아래에 도착했다. 일순간 주위가 어두워졌다. 팽나무가 만든 그늘 덕분이다. 굵은 가지마다 돋은 초록색 잎들이 햇살을 막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잎들이 흔들리며 햇빛이 반짝였다. 땀이 송골송골 흐르던 이마가 순식간에 식었다. 50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생각하니 경외감도 생겼다.

높이 16m, 둘레 6.8m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폭)은 27m라고 나오지만, 언덕 위에 있어 실제로는 더 커 보였다. 호기심 많은 어른들이 힘을 모아 팽나무를 안아보기도 했다. 세어보니 성인 5~6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팽나무가 품에 들어왔다.

팽나무도 팽나무지만,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예술이다. 북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고, 오른쪽에는 술뫼생태공원이 왼쪽에는 대산 플라워랜드가 팽나무가 있는 언덕을 감싸고 있다. 팽나무 근처에 앉아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기도, 인근 공원으로 산책하러 가기도 정말 좋은 곳이다.


행복을 나눠주는 팽나무

마을에도 사람이 많지만, 팽나무가 있는 언덕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무가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고, 팽나무 옆 팔각정은 항상 만석이다.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사람도 여럿 있다. 대구에서 온 류일현(28) 씨는 예비 신부와 함께 팽나무를 찾았다. 그는 "드라마 속 배경인 팽나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차를 타고 왔다"며 "팽나무에게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축복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팽나무는 습한 땅과 마른 땅의 경계에 산다. 주로 강과 육지의 경계인 자연제방이나 바다와 육지의 경계인 해안 충적 구릉지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드라마 속 로펌 '한바다'에 속한 우영우와, '태산'의 대표 '태수미'가 팽나무 아래에서 만나는 장면은 그래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결코 만날 수 없는 곳에 속한 두 인물이 결국엔 만나게 된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팽나무 아래에서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힘이 작용하는 공간은 아닐까?


<사건결말>

드라마는 현실이 될까?

2015년 7월 마을 보호수로 지정된 이 팽나무의 수령은 대략 500년. 높이 16m, 둘레 6.8m로 주변이 탁 트인 언덕에서 마을을 수호신처럼 내려다본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이 추진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덕동을 구했다. 드라마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25일 창원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의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에 나선다. 현장 조사 등을 진행한 뒤 앞으로 2~3개월 내에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마을이 몸살을 앓을까 우려된다. 벌써 마을 논 옆 좁은 시골길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방문 차량으로 가득했다. 관광객은 왁자지껄 떠들며, 마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 쓰인 시골 마을은 '반짝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관광객은 썰물처럼 빠진다. 창원 동부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관광지로 개발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지금 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 실제 촬영지를 방문해 드라마를 더 즐겨보자는 말이다.

물론 주민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동은 절대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다. 이번 주말 '우영우 팽나무'를 보러 동부마을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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