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묻지마 난동’… 대한민국이 떤다
신림·분당 잇단 칼부림 사건 충격
온라인 살인 예고 글도 연쇄 등장
부산서도 장난 글 올린 범인 검거
불특정 다수 향한 모방 범죄 우려
전국 곳곳 치안 불안 호소 잇따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흉기 난동’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있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폭력적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충동적 욕구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탓에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마치 대규모 테러가 예고된 것 같은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 여성 피해자가 이날 숨졌다. 이로써 사건 피해자는 사망 1명, 부상 13명이 됐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인근에서 최 모(22) 씨가 운전하던 차로 인도를 덮친 뒤 백화점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최 씨는 조현성인격장애(분열성성격장애)를 진단받았으나 치료를 끊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범행 당시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며 횡설수설했다.
2주 전 발생한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분당 흉기 난동 사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에서 피의자 조선(33)이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통상 묻지마 사건은 잇달아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두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범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 표출이 큰 이슈가 되면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정서적 불안 상태에 있는 제삼자의 모방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세 번째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살인 예고’가 유행처럼 퍼져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뒤에도 일부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문제가 됐으나,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뒤엔 불과 사흘 만에 46명이 검거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살인 예고 글이 쏟아졌다. 부산에서도 서면역·해운대에서 살인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왔고, 10대 미성년자와 휴가 중인 군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검거된 이들은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진술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살인 예고 글이 급격히 늘어난 것 자체가 묻지마 범죄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을 무차별 폭력으로 풀어내는 방식에 더 많은 사람이 반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을 비하하며 살인을 예고하고, 일부 글은 네티즌의 호응까지 받는 등 온라인상에서 개인이 가진 사회적 불만을 터트릴 것을 조장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돼 우려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묻지마 살인이 계속되자 국민이 체감하는 치안 불안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청장 재량으로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장갑차까지 도시에 배치했다. 검찰은 묻지마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글 작성에 엄정한 법 집행을 약속했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평소 사회에 불만이 있는 등 억압을 받고 있는 사람이 이번 묻지마 범죄와 살인 예고 글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지켜보며 하나의 ‘분풀이’ 방법을 학습했을 수 있다”며 묻지마 범죄가 학습돼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