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의 반려 명상, 국선도를 맞이할 시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재권 동학문화원장·국선도연제수련원장

5000년 유구한 역사 속 우리 민족에게 일부 계층에만 전해지며 무병장수를 추구한 명상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국선도’이다. 화랑의 지도자를 국선이라 하였으니 그 이름을 따서 국선도가 되었다. 국선도 수련이 일반 명상과 차별화되는 점은 몸과 마음의 통합 수련이라는 점이다. 우리 조상들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어 행하는 수련이야말로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국선도는 몸을 단순히 생리적 세포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에 영(靈)이 깃들어 있는 고귀한 생명들로 본다. 각 영들은 서로의 소통 방법을 가지고 있어서 한 부분으로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전체가 한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 이미 인드라망을 깨친 것이다.

국선도에서 영을 관통하는 통로가 있는데 그것은 기(氣)의 통로이다. 기의 통로는 혈관도 아니고, 신경도 아니고, 경락선도 아니면서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놀라운 제4의 통로이다. 이러한 통로를 열 수 있는 자극 포인트는 ‘지식’(止息)이다. 지식이란 아기가 태아 속에서 행하는 호흡법이라 하여 ‘태식’(胎息)이라 한다. 태식으로 온몸에 제4의 통로를 열게 되면 무병장수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600년을 사는 고래와 200년을 사는 거북과 같은 생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의 명상이 인지 치료적 명상이었다면 국선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지 행동 명상이다. 인지는 인식의 문제와 연결되어 깨달음의 기반이 되는 명상이 되고, 행동은 기의 통로를 열어 온몸에 다양한 영들을 맞이하고 영생을 촉진하는 명상이 된다. 내 몸은 우주가 내게 잠시 왕림한 손님이다. 내가 내 손님을 잘 대접하면 이 손님은 나에게 장생과 젊음의 금은보화의 씨앗을 내 몸에 심어줄 것이지만, 이 손님을 잘 대접하지 못하면 불행히도 질병과 불화, 단명의 씨앗을 몸에 심어 놓고 갈 것이다.

명상이란 순간순간 명상 아닌 때가 없고, 몸 하나하나 명상의 대상 아닌 것이 없다. 생각 하나하나 명상이 아닌 것이 없다는 가치를 가진 일명 ‘반려명상’이어야 한다. 반려명상만이 행복한 삶을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실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행복의 속살은 만남으로 되어 있다. 만남의 내적 표현은 직면이다.

명상에는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공통된 것은 ‘만남’이다. 무엇을 만나는가? 매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바디 스캔, 통증 스캔, 통증 샤워란 매 순간 몸과 마음을 만나게 하는 반려명상의 에센스들이다. 특히 국선도의 통증 샤워는 몸과 마음의 만남 중 가장 강력한 만남이며 직면이다. 이러한 직면을 외면하고 이 가을을 맞이하면 내 몸 손님은 어떠한 씨앗을 몸에 심어 놓겠는가?

통증 샤워는 강자들의 약이다. 고통을 직면할 줄 아는 이가 강자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이가 약자다. 행복은 강자들의 삶의 방식이고 불행은 약자들의 생존 방식이다. 강자들은 약자들의 삶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약자는 재화의 축적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하겠지만, 강자는 약자들의 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재화 축적이라는 구속을 걷어차 버린다.

반려명상이란 지식의 기를 단전에 머금고 함께 우주에 참천(參天)하는 수행이다. 인도의 요가는 적도 주변의 수련법이다. 그래서 날숨의 길이를 길게 하여 속에 있는 열기를 뱉는 데 중점을 둔다. 국선도는 온대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들숨과 날숨을 일정하게 고르게 하며, 호흡을 머금고 태식으로 배꼽 아래 하단전에 기운을 모은다. 고래나 거북이가 호흡을 머금고 바다 깊은 곳에서 느리게 유영하듯 국선도 역시 수련 과정에서 호흡을 머금고 내기(內氣)로 전신 유영을 한다. 국선도의 태식 호흡은 수백 년을 산다고 하는 고래와 거북이처럼 무병장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우리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의 산물이다.

더위가 물러가면서 제대로 된 명상을 할 시기가 왔다. 반려명상을 맞이하자. 긴 호흡을 머금고 건강의 바다를 유영해 보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