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올림픽 무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e스포츠와 아시안게임[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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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시상대에 올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시상대에 올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종목은 'e스포츠'였다. 한국 대표팀은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세부종목 7개 가운데 출전한 4개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내며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 인증했다. 막강한 경기력으로 다른 팀들을 완전히 압도하면서 '무실세트' 전승 우승을 일궈낸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 선수들과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종합대회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마흔넷 금메달리스트' 김관우 선수는 금메달 획득 그 이상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우승 직후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에게 던져진 '병역 혜택'과 관련한 질문들은 결국 e스포츠가 앞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도 포함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도 새삼 불을 지폈다. 사실상 '스포츠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의 e스포츠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이번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페이커(이상혁)는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분께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 층이 열광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와 비교하면 비인기 e스포츠지만 김관우 선수의 우승 과정 역시 페이커가 설명한 스포츠의 의미와 부합한다. 36년 역사를 자랑하는 격투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이용자층은 상당수가 30~40대로 이른바 '고인물(오래된 고수를 일컫는 은어)'들의 세계로 불린다. 김관우 선수와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수많은 고수들이 스파링 파트너가 돼 달라는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기꺼이 응했고, 지방에 거주해 사정상 서울로 올 수 없는 고수들은 한국e스포츠협회(KeSPA)의 도움으로 '온라인 스파링'을 펼쳤다. 이런 도움 속에 길게는 하루 10시간까지 훈련을 거듭하며 대회를 준비한 김관우 선수는 자신 스스로도 의심했던 정점을 또 한 번 넘어섰다.

다만 이런 감동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사들이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히 적지 않다. 당장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출전하지 않은 세 종목은 사실상 개최국 중국과 일부 중화권에서만 서비스가 운영되거나, 국내에서의 저조한 흥행으로 프로리그 성립조차 되지 못한 경우였다. 또 당초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하스스톤'은 모회사 블리자드의 중국 지역 사업 철수에 따라 서비스 종료와 함께 결국 아시안게임에서도 제외됐다. 심지어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이른바 '패치 버전'을 두고 중국 측이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편파 운영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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