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관광 도움 안 되는 ‘책상물림’ 국제관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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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식 정책 지금이라도 폐지
지역에 맞는 킬러 콘텐츠 나와야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 중인 국제관광도시 육성 사업이 길을 잃고 산으로 가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달 부산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국제관광도시 육성 사업의 실효성 부족 문제가 제기되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실효성을 따져 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저도 의문이 있다. 이렇게 한다고 국제관광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응답했겠는가. 현재 이 사업이 부산의 현실과는 상당히 맞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부산의 한 관광 전문가가 “국제관광도시사업은 관광업계에서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이미 포기한 사업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니 기가 막힌다.

부산시가 2020년 1월 인천을 제치고 전국 최초로 국제관광도시 대상지로 선정되었을 때만 해도 이 사업은 부산 도약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니 당초에는 국비 500억 원·시비 500억 원의 1 대 1 매칭사업으로 계획됐지만, 부산시가 500억 원을 추가해 시비 1000억 원 투입 약속이라는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던 것이다. 시는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계기로 2018년 247만 명에 그친 외국인 관광객을 2024년에는 1000만 명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해 1~7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9만 6533명에 그쳤다. 국제관광도시 선정 직후 터진 코로나 팬데믹과 지금의 엔데믹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초라한 결과임에 틀림 없다.

아예 처음부터 사업의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국제관광도시사업은 선도사업 12개, 본사업 57개 등 총 69개 사업에 달한다.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백화점식으로 정책만 나열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10월에서야 문화체육부 관광거점도시위원회가 전체 사업 중 11개를 줄이라고 통보한 사실이 그 증거다. 부산 해안을 잇는 다리 7곳을 차별화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세븐브릿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관광객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다리가 광안대교 등 3곳에 불과한데 7곳에 어떻게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말인가.

잘못된 방향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추진 불가능한 사업은 더 늦기 전에 폐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부산 관광 킬러 콘텐츠가 있는 게 낫다. 세븐브릿지 사업도 7개 다리 전부를 관광 자원화하려고 욕심내기보다 광안대교를 먼저 띄운 뒤 범위를 넓혀 가는 방법이 합리적일 수 있다. 외국인은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에 비용을 지불하고 부산을 여행해 지역 관광업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부산형 OTA를 만들어 지역 관광업계에 도움을 주는 등의 지역 밀착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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