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고금리에 금융시장 '휘청', 경제 혹한기 대책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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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 동반 폭락·환율 급등
‘빚 폭탄’ 대책 등 위기 대응 절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갱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갱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인 4.81%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5%대 진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종 금리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7% 금리도 가능하다”라며 고금리 장기화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을 경고했다고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물가 급등까지 지속하면 경기 침체는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공포감마저 번지고 있다. 4일 국내 주식과 채권·원화 가치는 개장 직후 일제히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362.3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갱신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3고와 함께 물가까지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4고의 높은 격랑이 하반기 한국 경제에 몰아닥치는 분위기다. 게다가, 수도권에 비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는 정부의 긴축 재정과 기업 투자 축소, 부동산 시장 정체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빚 폭탄’이다. 한국은 주요국 중 부채 문제가 가장 취약한 나라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로 5년 전인 2017년(92%)보다 16%포인트 증가해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4~6월 자영업자가 1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 금액은 7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연체율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계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지표이다. 이러다 고금리로 빛 폭탄이 터지면 실물 경기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상을 입게 되고, 모든 경제 주체는 위기를 맞게 된다. 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우선적으로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가용한 정책을 총동원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 관련 위험을 꼼꼼히 점검한 뒤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 기업은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흑자 도산을 막아야 한다. 지역 경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진흥 계획도 정밀하게 세워야 한다.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만큼, 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모두가 긴장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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