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한국인이란 정체성 뗄 수 없어”… 부산에 모인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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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특별전 열어
‘미나리’ ‘파친코’ 감독 등 부산에 모여
배우 스티븐 연과 존 조 기자회견 참석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존 조 배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스티븐 연 배우,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존 조 배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스티븐 연 배우,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존 조 배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스티븐 연 배우,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존 조 배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스티븐 연 배우,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길이 없었기에 개척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한국계 영화인들은 이민자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비주류로 여겨진 자신들 이야기가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6일 오후 해운대구 우동 KNN시어터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 드라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과 스티븐 연, 존 조 배우 등 한국계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BIFF 박도신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배우, 존 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 왼쪽부터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배우, 존 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그들에게 참고할 만한 모델은 없었다. 미국에서 1세대 한국계 영화인들은 제약이 많았다. 정이삭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인 우리는 부모님에게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며 “우리 모두가 롤 모델 없이 열심히 작업을 해왔다”고 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이름으로 BIFF에 초청된 게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유대인을 뜻하는 단어다. 한국계 영화인들은 K콘텐츠 부상이 위안이 된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티븐 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티븐 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스티븐 연 배우는 “초청을 받은 게 영광이고 한국계 미국인이 만드는 작품이 많은 공감을 받는 상황”이라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에서 ‘피지컬 100’을 봤는데 다른 나라에 있어도 공감할 수 있었다”며 “한국 사람들이 우리 작품들도 그렇게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우리 4명은 모두 다른 예술가지만, BIFF가 한 무대에서 만나게 해준 게 너무 좋다”며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말하면서 존중을 받는다는 게 힘이 되고 행복하다”고 했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존 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존 조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한국계 영화인들 작품이 조명을 받는 현상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존 조 배우는 “드라마 같은 우리의 삶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흥미롭게 전달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한국에 더 애정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에 나선 것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스티븐 연 배우는 “산업이 바뀌는 환경에서 작가와 배우에게 안전망이 없다”며 “예술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한 소득과 좋은 조건을 보장받으려고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존 조 배우는 “인공지능(AI)을 갖춘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려 한다”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저스틴 전 감독 겸 배우. 황예찬 인턴기자

한국과 미국 콘텐츠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각자의 생각도 드러냈다. 정이삭 감독은 “유머와 연기 등에서 다른 부분이 있는데 미국 영화는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면 한국 영화는 감정이 미묘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는 철저하게 짜인 플롯을 중시하는 듯하다”며 “한국은 감정과 철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티븐 연이 출연한 ‘비프’가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좋은 작품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6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이삭 감독. 황예찬 인턴기자

마지막으로 그들은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정이삭 감독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카세트테이프에 ‘너는 한국 사람이야’라는 말을 녹음을 하셨고, 대학에 갈 때 그 테이프를 주셨다”며 “환대를 해주고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게 감동적”이라 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한국에 계신 분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울림”이라고 말했다. 존 조 배우는 “‘디아스포라’는 제가 자랄 때는 쓰지 않던 생소한 용어”라며 “국경과 애국심을 뛰어넘는 단어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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