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달’ 이시이 유야 감독 ‘‘최악의 흉기난동, 금기를 건드렸죠”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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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악 고민… 한국 관객 진지"
"귀국 전 오션 뷰 찜질방 들르고 싶어"


6일 오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이 유야 감독이 신작 '달'을 소개했다. 황예찬 인턴기자 6일 오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이 유야 감독이 신작 '달'을 소개했다. 황예찬 인턴기자

이시이 유야 감독이 영화 ‘달’로 9년 만에 BIFF에 돌아왔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영화 ‘행복한 사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등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이 낯설지 않다. 꾸준히 동시대 초상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이 시대의 사각지대를 들춘다.

6일 오후 영화 GV를 마치고 영화의 전당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이 유야 감독은 “오랜만에 찾은 BIFF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줄 알았는데 관객들의 열정이 그대로라 감동했다”며 웃었다. 그는 “올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유독 진지하게 영화 안에서 무언가를 잡아내려고 하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 영화에서도 정상성과 비정상성 그 사이 차이가 어디에 있고,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달’은 숲속에 있는 요양원에서 일하게 된 소설가 도지마 요코(미야자키 리에)가 시설 안의 폭력을 목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로 일본의 한 요양원에서 일어난 비극을 소재로 인간 사이 우열을 나누는 사회의 이분법적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올해 BIFF의 ‘지석’ 섹션에 초청됐다.

영화 소재가 된 ‘사가미하라 장애인 시설 흉기 난동’ 사건은 일본 역사상 최악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불린다. 2016년 일본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중증 장애인 46명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 흉기난동으로 19명이 사망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범행 직후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 말은 감독에게 오래 남았다. 그 말이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생산성이 없는 사람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이다. 생산성을 제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 된 사회에서 이런 가해자의 사상이 우리 내면에도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 지점을 문제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달’은 헨미 요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보다 앞서 사건을 다룬 일본 작가 헨미 요의 소설 ‘달’을 읽고 그는 ‘우리 안의 악’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원래부터 헨미 요의 책들을 좋아했었고 그중에서도 소설 ‘달’에서 사회가 외면해온 내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영화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 영화가 일본 내 ‘금기’를 건드렸다고 표현했다. 그는 “묵인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는 분위기가 일본에서는 팽배하다”며 “우리 모두 침묵해야 한다는 압력이 일본에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금기시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보니 배우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금기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커 사건을 이해하고 용기를 가진 배우들이 이 작품을 택했다”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 관객들의 반응에 기대가 크다. 그는 “기존에 알고 있던 사건을 연상할 일본 관객들보다 오히려 사건을 잘 모르는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메시지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의 관객들과 이렇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영화감독으로서는 굉장히 큰 기쁨이다”라며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지점을 던져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일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오션 뷰 찜질방을 마지막으로 들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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