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20년 만에 최악 지진… 사망자 2000명 넘어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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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6.3 발생 후 여진 여덟 차례
부상자도 9000여 명… 피해 늘 듯
무장조직 집권 뒤 해외 원조 중단

7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 젠데잔 지역 사르불란드 마을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주민들이 파손된 집의 잔해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 젠데잔 지역 사르불란드 마을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주민들이 파손된 집의 잔해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헤라트주 지진 발생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재난당국을 인용해 사망자가 2053명, 부상자가 9240명이고 주택 1329채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번 지진이 아프간에서 2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지진들 가운데 하나라며 정부 대변인을 인용해 2000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생존자들은 영국 BBC방송에 "첫 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흔들리다가 결국 무너졌다"고 말했다. 압둘 와히드 라이안 공보문화부 대변인은 사망자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며 6개 마을이 파괴되고 수백명이 건물 잔해에 파묻혔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 집계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상자 수는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헤라트주 보건부 관계자는 시신들이 여러 병원에 분산 수용돼 사망자 수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헤라트 중앙병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영상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본관 밖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휴대용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다른 영상에서는 파괴된 건물 잔해가 도로를 막아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헤라트주 지역의 참혹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강진과 관련해 헤라트주 내 최소 12개 마을에서 600여 채 주택이 완파되거나 부분 파손됐다며 약 4200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7일 오전 아프간 북서부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고 그 후에도 규모 4.3에서 6.3 사이의 여진이 여덟 차례 이어졌다. 진앙은 헤라트주 주도 헤라트 북서쪽 40km 지점이고 진원 깊이는 14km로 비교적 얕았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해외 원조가 중단되면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란 국경에서 동쪽으로 120km 떨어진 헤라트는 아프간 문화 수도로 꼽힌다. 2019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헤라트에는 약 190만 명이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인도로 이어지는 국경지대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교차해 힌두쿠시 산맥을 중심으로 지진이 잦은 편이다.

지난해 6월에는 아프간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 인근 파크티카주에서 규모 5.9 지진이 일어나 1000여 명이 숨지고 이재민 수만 명이 발생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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