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대 마지막 국감, 내년 4월 총선 전초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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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방의 장 변질, 구태 답습 우려
민생·경제 챙기기 등 본질에 충실해야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을 하루 앞둔 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국감 관련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을 하루 앞둔 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국감 관련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부터 24일 동안 실시된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채택한 피감기관은 총 791곳으로 지난해보다 8곳이 늘었다. 이번 국감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대법원장 공백 사태’ 같은 민감한 정국 뇌관을 안고 시작한다. 그런 만큼 여야는 주도권 잡기에 사활을 걸고 대치 정국은 더욱 가파른 정점으로 치달으리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대결 구도가 아니다.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경제’와 ‘민생’에 있다는 사실은 추석 연휴 때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번 국감이야말로 그 본질에 충실할 마지막 기회다. 여야 정치권이 이를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시기다.

국감이 그동안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해 ‘없느니만 못하다’는 무용론에 시달려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는 달라질지 주목되지만 국민이 바라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번 국감 전망이 밝기는커녕 어두운 전운만 감돌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전 정권 책임론’과 ‘현 정권 심판론’의 정면충돌을 예상한다. 특히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운영위 국감 현장은 온갖 정쟁성 이슈를 총망라한 끝판 대결을 보여 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무분별한 증인 채택, 서슴지 않는 막말과 호통, 과다한 자료 요구 등 구태까지 되풀이된다면 최악의 정쟁 국감이 될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국감이 총선 전초전이라는 프레임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미 정치권에서의 협치와 협력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의 정치 혼란은 헌정사상 가장 험악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국감에서 여야 공방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3일부터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내년 총선(4월 10일) 준비 절차에 들어간다. 총선은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건만 분열을 부추기는 대립의 정치가 이번 국감을 거쳐 총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는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국감의 근본 취지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미 불거진 정치 이슈와 각종 쟁점을 보건대 시작부터 정쟁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본연의 국감은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다 중동에서 촉발된 불안한 국제정세까지 악재가 겹치는 처지다. 여야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총선 주판알만 튕겨서야 될 일인가. 국감이 더 이상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소비돼서도 안 되고, 국감장이 총선의 전초전 현장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게 가장 먼저다. 이게 국민의 당당한 선택을 받는 길, 결국 총선에서 이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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