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팔 전쟁 격화 일로, 국내 여파 면밀한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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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5% 급등·환율 들썩
최악의 사태 선제적 대응해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가운데 8일(현지시간)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 행사장 근처에 차량이 남겨져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행사장 주변에서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가운데 8일(현지시간)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 행사장 근처에 차량이 남겨져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행사장 주변에서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을 선언하면서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고 나섰고, 미국의 핵항모전단은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됐다. 중동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면서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자칫 이란이 하마스를 배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중동에서 시작된 불똥이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형국이다.

안타까운 점은 민간인 희생이다. 하마스 무장대원은 로켓 공격과 함께 이스라엘에 침투해 음악 축제를 즐기던 민간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인질로 끌고 가는 참담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하마스는 인질을 이스라엘 보복 폭격에 대응해 ‘인간 방패’로 내세우거나, 처형하겠다고 공표한 상태이다. 가자지구 주민들도 봉쇄와 폭격을 피해 대거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애꿎은 시민만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무고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살인과 납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만행이다. 인질을 즉각 석방하고, 민간인 공격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와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또 다른 전쟁의 불길이 번지면서 국제 정치·경제 상황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우리로서는 절대 강 건너 불구경할 입장이 아니다. 이미 국제 유가가 5% 안팎으로 급등했다. 달러화와 금 시세도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과다 부채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이와 함께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추진 중인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48일 앞으로 다가온 개최지 선정에서 중동 정세가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역사적 갈등이 워낙 오래되고, 나라와 종파별로 입장이 엇갈린 중동 문제를 우리가 중재하기는 어렵지만,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파장 최소화를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 문제까지 점검하고 본격적 위기 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민과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 말고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 중동발 불안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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