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컨 2-5단계 준공 의미와 부산항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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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섭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장


2023년 부산항은 완전 자동화 시대를 시작한다. 완전 자동화 부두로 운영될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단계가 이달 준공되기 때문이다. 실제 운영은 시운전을 거쳐 2024년에 개시할 예정이지만, 준공 자체로 부산항의 완전 자동화 시대를 열었다는 큰 의미를 가진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국산 하역 장비의 도입이다. 국내 하역장비산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에서 약 8%를 점유했으나,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국내 민간투자사업의 저가 경쟁 등 복합적 원인으로 침체의 길을 걸었다. 국산 하역장비 도입이 재개되면 국내 하역장비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다.

마지막 의미는 스마트 항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정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람의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완전 자동화는 스마트 항만의 시작점이다. 스마트화는 자동화를 시작으로 디지털화를 거쳐 완성되기 때문이다. 서컨 2-5단계 준공이 갖는 의미의 공통점은 '시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앞으로 부산항의 중요한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완전 자동화 장비만 갖추었다고 잘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시운전 기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데이터의 처리·저장, 안정적 전송과 분석·적용 등 도입 이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장비를 유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 기술로 갖추도록 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도입한 항만에서 운영 과정의 어려움을 조사하고 사전 대책을 마련한다면 단기간에 안정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스마트 항만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화는 사물인터넷, 데이터와 통신기술에 기반해 생태계 전체를 가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완전 자동화 다음으로 필요한 단계가 디지털화다. 디지털화는 AI, 머신 러닝 기술 등을 도입하는 것이며 데이터의 생성, 관리, 분석, 적용이 핵심이다. 센서 설치, 첨단 인식과 분석, 저지연 통신, 디지털트윈 항만 등 기술 개발과 도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국내 항만장비산업의 부활을 선도해야 한다. 서컨 2-5단계 하역장비 발주는 꺼져가는 국내 하역장비산업의 불씨를 살렸다. 이 불씨가 불꽃이 되도록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 시장 규모만으로는 지속 성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규 장비를 발주할 때 성능을 높이고 국산 부품을 더 많이 활용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한다면 부산항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국제 경쟁력까지 선도하고, 항만보안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화, 디지털화, 스마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항만 개발과 운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높은 비용이 투입되면 개발뿐만 아니라 운영 단계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부산항의 전반적인 비용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항만장비 부품을 국산화해 비용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항만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 도입 등 항만설계와 건설의 스마트화도 건설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항만 마이크로그리드를 도입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컨 2-5단계 준공을 시작으로 이와 같은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부산항은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동북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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