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엔 ‘펑펑’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엔 ‘쥐꼬리’ 예산 [산복도로 '볕 들 날']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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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볕 들 날']

관광문화 콘텐츠에 사업 치중
계단 정비 등 주민 숙원엔 인색

10년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투입된 총 예산은 약 800억 원에 달한다.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새로운 건물과 콘텐츠가 거리에 들어섰지만, 주민의 삶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혹은 뒷걸음질을 쳤다. 800억 원 중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쓰인 돈은 10% 남짓이었다.

2011년 시작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피난수도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음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찾는 이 없이 방치되고 있는 산복도로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배경이 됐다. 산복도로의 문화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것이 사업의 중심 목표가 됐다. 10년간 10.4㎢ 면적의 산복도로 일대에 대한 대대적 정비가 이뤄졌으며 8개 구역에서 234개의 사업이 진행됐다. 총 사업비만 809억원 89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사업은 총 8차에 걸쳐 진행됐다. 매번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산복도로에 투입된 셈이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예산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예산이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에 치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산의 반 이상인 409억 1700만 원(50.6%)이 관광 문화 조성에 소요됐다. 이는 산복도로 내 문화 프로그램과 시설을 확충하고 지역에 산재한 관광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이다. 부산진구 가야동·개금동에서 진행된 먹거리·맛거리 조성 사업, 서구 보수동 테마가로 조성 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본질적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볼거리, 먹거리 콘텐츠 개발에 가까웠다.

거점시설 구축에도 298억 8700만 원(36.9%)이 소요됐다. 거점시설이란 주민 공동체 사업을 위한 시설로 산복도로의 개성을 살린 창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 등을 의미한다. 서구 아미동과 사하구 감천동에 설치된 감내어울터, 동구 초량동의 이바구 공작소 등이다. 현재 산복도로에 위치한 거점시설은 63개소다. 1개의 거점시설을 만드는 데 평균 4억 7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관광 문화 조성과 거점시설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이 실질적인 주민 생활 개선은 뒷전이 됐다. 계단 정비, 공동화장실 신축, 고지대 진입도로 개설 등 주민 생활 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101억 8500만 원(12.5%)에 불과하다.

투입된 예산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다 보니 사업 초기에 목표로 한 ‘주민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동체 활성화 효과 역시 오리무중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주민 생활 개선 효과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보고서는 '투입 사업비의 한계로 주민 주거환경과 생활여건이 르네상스 사업 전과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오히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으로 관광객과 거주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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