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흘째 식량 전기 끊고 고사 작전
팔 “75년 전 대재앙 ‘나크바’처럼 최악”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AP·로이터통신과 미국 CNN 방송,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나흘째 이어지고 식량과 전기가 끊겼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주변 전선을 점검하면서 이스라엘군(IDF)이 하마스에 맞서는 데 대해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며 “가자지구는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하마스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 대해 전기와 식량, 물, 연료 공급 중단을 포함한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

포탄이 쏟아지면서 가자지구는 대혼돈 상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이 처한 대재앙을 뜻하는 ‘나크바’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플레스티아 알라카드(22)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크바를 말씀하셨을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게 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중상류층이 거주하며 상업지구가 형성돼 있는 중심 시가지 알 리말은 고층 건물 지붕과 벽이 뜯겨 나가고 대학 건물과 모스크가 내려앉는 등 전에 없는 폭격을 겪었다. 사업가 알리 알히야크는 AP통신에 “이스라엘이 중심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며 “그들이 우리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 시가지를 벗어난 지역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로이터통신은 1948년 나크바 때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가자지구로 몰려든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에서는 사람들이 폭격에 내려앉은 건물 잔해에서 아기의 시신을 끄집어내는가 하면, 조카의 시신 옆에서 땅을 치며 울부짖는 참혹한 모습이 보였다. 남부 라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곳곳의 거리에는 사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대피소도, 탈출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 학교 83곳에 대피소가 꾸려졌으나 9일 이미 13만 7000여 명이 몰려들어 대피소 공간의 90%가 찼다. 이스라엘 남부 도시들과는 달리 이 지역에는 공습으로부터 민간인이 몸을 피할 대피소나 벙커가 없다.

이스라엘은 통행 검문을 하던 에레즈와 케렘 샬롬 검문소를 모두 폐쇄한 상태다. 이집트로 이어지는 라파 통행로마저도 공습으로 끊겼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