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미끼 성폭력' 가해자, 280명에게 키스방 알선(종합)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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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여성 극단 선택 내몬 남성
구직사이트서 1000여 명 접촉
40~50명은 키스방까지 유인
미성년자 포함 6명에 성범죄

알바사이트성폭력피해사건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가해자들에게 특수강간치사죄를 적용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알바사이트성폭력피해사건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가해자들에게 특수강간치사죄를 적용하고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10대 구직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스터디카페 알바 미끼 성범죄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의 가해 남성이 1000여 명에게 가짜 면접의 덫을 놓아, 최소 280여 명을 면접장까지 불러내고 수십 명을 유사성행위 업소까지 유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상에서 아르바이트를 위장한 성매매 업소의 구인 활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으로, 가해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으나 미처 확인되지 않은 추가 피해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재)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강요행위, 강제추행, 성매수 등), 간음유인, 피감독자간음, 성매매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0개월 사이에 알바 구인 사이트를 통해 1000여 명의 여성들에게 접촉해 “스터디 카페 알바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했다. 이 중 실제 면접을 보러 온 280여 명에게는 “클럽 정도의 스킨십만 하면 시급 5만 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며 키스방 알선을 시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A 씨는 40~50명의 여성을 실제로 유사성행위를 일삼는 키스방으로 데려갔다. 평범한 아르바이트 구직 면접을 보러 간 10~20대 여성 상당수를 업소까지 데려간 것은, 그만큼 A 씨가 업소 실체를 감추고 속여 피해자를 유인했다는 의미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월 10일 오후 7시께 피해 여성 B(19) 씨를 키스방으로 데려가 “여기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교육을 해주겠다. 내가 손님처럼 행동해 보겠다”며 B 씨에게 성폭력을 벌였고, 스터디카페 알바를 구하려 했던 B 씨는 이날의 충격으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A 씨는 B 씨 외에도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해 5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 A 씨는 이들에게 B 씨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스킨십으로 더 많은 시급을 벌 수 있다”며 유인한 뒤 강제추행 등을 했다. 피해자가 강하게 거부 의사를 내비쳐도 강제로 추행을 했으며, 검찰이 확인한 성범죄 피해자는 6명이지만, 신고를 하지 않은 피해자가 다수일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20개월 사이 1000여 명의 여성 구직자에게 접근하고 300명 가까이에게 위장 면접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성매매 업소의 위장 구직 활동이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A 씨처럼 구직자의 프로필을 보고 먼저 접근해 거짓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법으로 처벌할 조항이 없고 사이트 측에서도 별다른 관리나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A 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사이트 측이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 씨는 앞서 2016년 6월부터 2017년 9월까지 키스방을 운영하면서 성매매 알선 등의 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고, 2021년 4월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 측 변호인은 “지난주 선임계를 제출하고 열람·등사를 받은 지가 며칠 되지 않아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과 의견을 주고 받을 시간이 부족했다”며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9일 오전 10시에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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