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에 헤즈볼라까지 양면전 대비… 확전 조짐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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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측근 ‘2개 전선’ 언급
전력 막강 헤즈볼라 더 위협적
시리아 본격 가세 시 3개 전선도
하마스, 이란 최고위급 개입 주장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모습. AP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모습.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가자지구로 지상군 투입을 시사한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싸움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측근이 말했다. 여기에 시리아까지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면서 전선이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질 풀려날 때까지 물·전기 끊을 것”

네타냐후 총리의 수석고문과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마크 레게브 라이흐만대 아바 에반 연구소장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레게브 소장은 “우리는 북부에서 (분쟁이)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양면전을 치러야 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왔으며 필요하다면 두 개의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준비돼 있고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군사 전술은 언급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레게브 소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네타냐후의 두 번째 총리 임기(2009∼2021년) 대부분을 함께한 측근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뒤 대대적인 보복 공습에 나섰다. 또 50년 내 최대 규모인 예비군 36만 명을 소집하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조만간 전면적 공격에 나서겠다고 언급해 가자지구로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만 2300명이 넘었다. 여기에 인접국인 레바논과의 무력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포격이 이어져 확전 우려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하마스와 교전 엿새째인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지구에 물, 전기, 연료를 끊겠다고 밝혔다.


12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남성이 알-시파 병원 앞에서 허공을 찌르듯 가리키며 분노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12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남성이 알-시파 병원 앞에서 허공을 찌르듯 가리키며 분노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즈볼라 숙련 전투원만 수천 명

하마스보다 전력이 막강한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하마스는 큰 힘을 얻게 되는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초점을 맞춘 전선이 더욱 넓어지는 힘든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1일 레바논의 가장 강력한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가장 심각한 위협 세력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장정파로, 1985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점령에 맞서 싸우기 위해 창설됐다. 현재 헤즈볼라는 대규모의 로켓 등 무기는 물론 과거 인접국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숙련 전투원만 수천 명을 보유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슬람 종파가 다른 이란, 헤즈볼라와 10년 전 시리아 내전 때 각각 다른 편에 서면서 관계가 더욱 냉랭해졌지만 최근 수년간은 연대를 강화해왔다. 지난 4월 레바논에서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향한 강력한 로켓 공격이 이뤄진 것은 하마스, 이란, 헤즈볼라의 연대 강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NYT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12일 가자지구 내 병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텐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천진무구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12일 가자지구 내 병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텐트 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천진무구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 “최고위급 협력” vs 이란 부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란 정부의 입장과 달리 ‘공격 전후 이란의 협력을 받았다’는 하마스 고위 인사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11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하마스의 레바논 지역 대표 아메드 압둘하디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한 뉴스위크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우리는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축과 이번 공격 이전부터 이후까지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며 이러한 협력은 “정치와 군사, 그외까지 여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저항의 축’은 헤즈볼라를 비롯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성향 단체들의 동맹체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에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공식 발표까지 하며 자국이 연관됐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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