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싣는 기고는 가욋일 아니라 선물 같은 일” [사랑의 징검다리 20주년]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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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상
고지연 반송2동 보건복지팀장

2003년 이후 총 21건 최다 기고
꿈 못 편 아이들 항상 수첩에 정리
순서 되면 차례로 소개 희망 찾아

“처음 사랑의 징검다리 사연을 쓸 때 반송2동에 근무했거든요. 다시 반송2동으로 돌아와 1000회 기념식에서 상을 받는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행정복지센터 찾아가는보건복지팀에서 근무하는 고지연 팀장은 20년을 이어온 사랑의 징검다리에 가장 많은 사연을 기고한 인물이다. 고 팀장은 12일 열린 사랑의징검다리 1000회 기념식에서 최다 기고자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상’을 받았다. 고 팀장은 사랑의 징검다리에 사연 21건을 기고했다. 그는 사랑의 징검다리가 처음 시작한 2003년 초창기 멤버이기도 하다.

고 팀장은 “처음 사랑의 징검다리를 시작할 때 〈부산일보〉 지면에 매주 후원금을 모을 수 있도록 사연을 실어준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고 회상했다. 고 팀장은 직접 쓴 사연이 실린 신문이 나오면 따로 스크랩해 두기도 했다.

고 팀장이 근무하는 반송2동은 부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곳에 속한다. 2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첫발을 뗀 고 팀장은 당시 소년소녀가장 업무를 맡았다. 생계비가 지급되지만, 아이들이 꿈을 펼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었다. 당시 동 차원에서 만든 소식지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사연을 실어봤지만, 모금 금액이 크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3년 사랑의 징검다리가 시작됐다.

어쩌면 가욋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 팀장에겐 바라던 기회였다. 학창 시절에 문예부 활동도 했던 터라 글을 쓰는 게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재능 있는 아이들이 참 많은데 사교육을 못 받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의 사례를 항상 수첩에 적어놨다가 순서가 되면 사연을 썼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축구를 잘하던 ‘동수(가명)’라는 아이의 사연이었다. “축구를 정말 잘하던 초등학생 아이였는데 축구 대회에 나갈 형편이 안 돼서 진로를 포기해야 할 처지였다. 당시에 ‘동수의 꿈’이란 내용으로 사연을 보냈고, 그때 후원금으로 대회도 나가고 진학도 잘해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축구를 했다. 사랑의 징검다리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찾아줬다”고 감회를 밝혔다.

사연을 기고한 사회복지사들은 사연 대상자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후기까지 들려준다. 고 팀장은 “후원금을 전달하면 정말 가슴 깊이 감사하다는 뜻을 전달한다. 우리가 짧은 후기를 전해주긴 하지만, 그 표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지 못 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기뻐한다”고 전했다.

고 팀장은 사랑의 징검다리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공무원에게도 ‘선물’이라고 말한다. 고 팀장은 “우리는 사랑의 징검다리가 추가 업무가 아닌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신문 지면 한켠을 내어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2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게 참 다행이다. 앞으로 2000회, 3000회까지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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