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우려 잠재운 안정적 운영에도 중장년에 불편했던 영화제”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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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영화연구소 결산 좌담회

대행 체제에도 큰 공백 못 느껴
베트남 영화 등 인상적 작품 많아

초반 이후 야외행사 실종 아쉬움
현장 예매·쉼 공간 부족해 불편

<부산일보와> 부산대 영화연구소가 지난 12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되돌아보기 위해 좌담회를 열었다. 황예찬 인턴기자 <부산일보와> 부산대 영화연구소가 지난 12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되돌아보기 위해 좌담회를 열었다. 황예찬 인턴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집행부 공백 등의 위기에도 좋은 영화를 많이 선보이며 안정적으로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장 예매분이 없는 데다 노년과 장년층 관객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 등은 개선할 부분으로 꼽혔다.

<부산일보>는 부산대 영화연구소와 지난 12일 해운대구 우동 영화진흥위원회 2층 카페에서 제28회 BIFF를 돌아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과 강지원, 박은지, 제은주, 이정민 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문 소장은 “올해 위원장 대행 체제로 영화제가 열렸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며 “극장 내부에는 관객이 많았던 데다 거장들 신작을 많이 초청해 프로그램을 내실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립영화가 두각을 보인 것 같고, 중국 영화는 중견 감독이나 거장 작품을 초청했다”며 “미래를 이끌 감독 발굴을 위한 신인 초청에는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BIFF를 돌아보는 좌담회에 참석한 부산대 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 황예찬 인턴기자 올해 BIFF를 돌아보는 좌담회에 참석한 부산대 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 황예찬 인턴기자

연구원들은 올해 BIFF에서 만난 인상적인 작품들을 언급했다. 강지원 연구원은 “정성일 평론가를 만났는데 베트남 영화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을 ‘올해의 데뷔작’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며 “당분간 국내에서 영화를 보긴 어려울 듯해 개봉을 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더 비스트’와 ‘푸른 장벽’ ‘폴른 리브스’ ‘애니멀 킹덤’ 등의 영화가 시의적절했던 듯하다”며 “청년 정치인들이 참석한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관객과의 대화(GV)는 반응이 너무 좋았는데 ‘와이드 앵글’ 부문에도 주목할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박은지 연구원은 “탈영하게 된 이스라엘 병사를 그린 ‘사라진 소년병’은 의무병제의 모순을 드러냈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쟁으로 대니 로젠버그 감독이 이스라엘로 급히 돌아가야 했다”며 “부산 관객을 만나지 못한 감독이 편지를 남겨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정민 연구원은 “피아노 소리와 숨소리만 들리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젊은 관객이 엄청 많았다”며 “고인이 된 류이치 사카모토가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게 느껴져 팬들에게 선물이 된 듯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큐멘터리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신과 환자들에게 잘 스며들어 만든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제은주 연구원은 “우연히 ‘티처스 라운지’를 봤는데 선생, 학생, 조직 모두 옳지 않은 모습을 그렸다”며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가 등장하는 ‘홀리’는 믿음이 권력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앞두고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입구에 설치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입간판.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을 앞두고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입구에 설치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입간판. 김종진 기자 kjj1761@

초청 영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달리 개선할 부분도 언급됐다. 우선 노년·장년 등 다양한 관객이 영화제를 즐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박은지 연구원은 “노년층 관객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들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듯하다”며 “현장 예매분이 없는 데다 앉아서 쉴 마땅한 공간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되면 밖으로 나가는 노인이 많다”며 “참여를 이끌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연구원도 “올해는 음식을 사 먹을 곳도 많이 없었다”며 “관객을 위한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곳곳에서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 ‘동네방네비프’가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제은주 연구원은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며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이어 “노인 분들이나 지역 주민이 ‘동네방네비프’를 많이 좋아한다”며 “그분들이 오래 줄을 서지 않게 하는 등 접근성을 더 높일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민 연구원은 “올해 김해국제공항에서 동네방네비프가 열린 건 특이했다”며 “BIFF 참석자들이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소와 배경에 맞게 영화를 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광대: 소리꾼’ 같은 영화는 동래향교에서 상영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고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에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영화를 지켜보고 있다. BIFF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에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영화를 지켜보고 있다. BIFF 제공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상영회. BIFF 제공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 상영회. BIFF 제공

행사 운영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이정민 연구원은 “시네필 배지로 예매하려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두 줄로 기다렸다”며 “양쪽에 발권기 숫자가 달라 한쪽에서는 표를 하나도 못 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티켓 부스에서 말을 걸다가 답답해서 돌아가는 외국인을 봤다”며 “외국어를 잘하는 인력이 좀 더 배치돼야 할 듯하다”고 했다. 문관규 소장은 “현장에서 다음 날 표를 미리 발권하려 했는데 용지가 부족하다는 답을 두 번이나 들었다”며 “진행과 교육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BIFF가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밝혔지만, 다양한 행사가 없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강지원 연구원은 “초반부에 오픈 토크가 끝나고 난 뒤에는 야외 행사가 너무 없었다”고 했다. 이정민 연구원은 “기대작은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이 많았는데 ‘올해 영화제는 영화를 안 보면 재미가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BIFF는 아시아 영화계를 선도하는 영화제로서 향후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난제가 된 영화제 예산 삭감은 재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대행 체제가 유지됐는데 앞으로 좋은 임원이 BIFF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라며 “올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관련 행사에 관심이 쏠린 만큼 영화제가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BIFF에서 ‘관객과의 대화’ 등을 지켜보며 건강한 관객 문화가 형성된 걸 다시금 느꼈다”며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힘인 관객을 중심으로 BIFF 정체성을 유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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