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가로 철거비는 1000억, 공원 조성비는 150억… 실제 효과는?[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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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4. 예산 얼마나 들까

철거비 대심도로 통행료에 포함
부산 시민 경제적 부담 가중시켜
공원 등 조성 철거비 중 일부 활용
건강·환경 개선 등 부가가치 발생
“없애고 나면 다시 세우기 힘들어
예산 포함 다양한 요인 꼭 검토”

부산 부산진구 수정터널 입구 상부를 덮어 피해를 보던 주민에게 돌려준 감고개공원 전경. 도로 위 공간을 활용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곳처럼 동서고가로에도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수직 연결 통로와 인근 건물과 연결한 보행교량 등이 설치되면 시민들이 새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부산진구 수정터널 입구 상부를 덮어 피해를 보던 주민에게 돌려준 감고개공원 전경. 도로 위 공간을 활용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곳처럼 동서고가로에도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수직 연결 통로와 인근 건물과 연결한 보행교량 등이 설치되면 시민들이 새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동서고가로 활용 여부 논의에서 비용은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이르면 2030년 부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 개통 후 약 7km 구간(사상~진양)의 도로 기능 폐지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철거와 활용에 따라 각각 투입될 예산과 파급효과도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철거비 무상? 통행료에 포함

동서고가로 7km 구간 철거비는 약 1000억 원이다. 사상~해운대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제3자 제안 재공고’ 내용에 따르면, 사업자는 총사업비에 철거공사 위탁사업비 1025억 원을 포함시켜 제안서를 작성하게 돼 있었다. 이는 2016년 기준으로, 현재는 1200억~13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용은 향후 대심도 도로를 이용할 시민 통행료에 포함될 예정이다. 동아대 김회경 도시공학과 교수는 “중복 구간에 대한 철거비가 대심도 도로 사업비에 포함되면 통행료가 비싸지거나 요금 지불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철거 비용을 민간사업자에 맡겨 부산 시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동서고가로 건설에는 4633억 원(1995년 준공·10.6km 구간)이 투입된 바 있다. 또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유지관리비로 연간 약 1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와 함께 내진보강 공사에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19억 45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동서고가로의 안전등급은 B(양호)로, 아직 도로 이용에 문제가 없는 만큼 당장 철거하기엔 아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김지현 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고가도로를 한 번 없애고 나면 다시 세우기 어려운 만큼, 철거와 활용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예산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을 검토하는 긴 숙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가 활용에 드는 비용은

동서고가로를 자전거 전용도로나 보행로, 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서울역고가를 보행길로 전환한 ‘서울로7017’의 경우 총 647억 원의 조성비가 들었다. 하지만 서울역고가는 안전등급 D(미흡)로 보수·보강 비용이 많이 포함됐다. 또 인근 만리동 광장(1만 353㎡) 조성 사업비까지 포함돼 예산이 적지 않게 투입됐다. 올해 기준 관리·운영비는 6억여 원, 인건비까지 포함한 운영 예산은 총 18억여 원이다.

도로 기능 폐지가 결정된 동서고가로는 길이로 따지면 서울로7017(약 1km)의 7배에 달하지만, 공원 조성·운영비는 이보다 적게 들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등급이 양호해 보수·보강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 것으로 본다. 부산시 안철수 공원정책과장은 “동서고가로 7km 구간의 경우 공원 기반시설, 조명 등을 설치하는 조성비로 약 150억 원을 예상한다. 철거비 중 일부를 활용하면 충분할 것”이라며 “물론 시설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간 관리 예산은 10억 원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높이 10~20m의 고가도로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로 설치에도 예산이 든다. 엘리베이터나 계단 등 수직 동선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동의대 양재혁 교수는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철도와 건물이 붙어 있어 접근성이 높지만, 동서고가로는 수직 동선과 편의시설 설치에 예산이 많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도시 활력은 가로에서 나오는데, 가로와 동떨어진 레벨에서 공원을 만드는 건 큰 효과가 없다”며 “구간별 활용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원화된 고가도로와 인근 상업시설을 연계하면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때 연계 통로를 설치하는 아파트 단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로 확보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있다.

산과 경사로가 많은 지형적 특성상 평지 공원이 거의 없는 부산에 고가를 활용한 공중공원은 새로운 대안이라는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철거와 존치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동서고가로가 가진 잠재력이 크다”며 “기존 고가는 도로 기능만을 수행해 주민에게 피해를 줬지만, 공원으로 활용하면 주민 건강 증진과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부가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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