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구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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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배관공 연극 ‘죽음과 소녀’
22일까지 어댑터플레이스
칠레 군부 정권의 인권 탄압 소재

연극 ‘죽음과 소녀’에서 로베르또 역을 맡은 박찬영 배우가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연극 ‘죽음과 소녀’에서 로베르또 역을 맡은 박찬영 배우가 작품을 연습하는 장면.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군부 정권의 시대가 막을 내려도 피해자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은 여전하다. 인권 유린에 대해 진상조사가 시작되지만, ‘화합과 평화’라는 명목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은 오는 22일까지 연극 ‘죽음과 소녀’를 수영구 광안동 어댑터플레이스 무대에 올린다. 칠레 인권운동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1990년 쓴 작품을 각색해 부산 관객에게 선보인다.

연극은 칠레에 17년 동안 지속된 군부독재 정권의 인권 탄압 이야기를 다룬다. 1990년 민주 정부 출범 후 독재 정권 만행을 밝히고 기록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지만, 희생자들이 화합과 평화를 이유로 또 다른 희생을 요구받은 역사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연극 ‘죽음과 소녀’에서 출연하는 홍승이(왼쪽) 배우와 윤준기(오른쪽) 배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연극 ‘죽음과 소녀’에서 출연하는 홍승이(왼쪽) 배우와 윤준기(오른쪽) 배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의대생 빠울리나는 군부에 납치된 후 십수 년이 흘러도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해방되지 못한다. 군부는 슈베르트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선율 속에 성폭행과 고문을 자행했다. 빠울리나는 젊은 시절 민주화 투사로 활약한 변호사 헤라르도와 결혼하고, 그는 인권 유린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다. 우연히 부부는 로베르또를 만나게 되는데, 빠울리나는 그의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아챈다.

뒤엉킨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3명은 처절하고 절박하게 외친다. 결백을 주장하는 로베르또, 그를 변호하는 헤라르도, 진실을 원하는 빠울리나가 관객을 만난다. 용서와 구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연극은 인물 사이에 진실을 가리면서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연극 ‘죽음과 소녀’ 포스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연극 ‘죽음과 소녀’ 포스터.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 제공

이번 작품은 주혜자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부산을 대표하는 박찬영 배우가 로베르또, 극단 ‘드렁큰씨어터’에서 연출을 맡은 윤준기 배우가 변호사 헤라르드, 극단 ‘밖’ 대표인 홍승이 배우가 빠울리나 역을 맡았다. 올해 부산시·부산문화재단 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극은 16일까지 열린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도 참여했다.

연극은 오후 7시 30분에 관객을 만나고, 오는 18일에만 공연이 없다. 19세 이상 관람가인 연극은 100분간 이어진다. 티켓 가격은 2만 원이며 인터파크 티켓과 어댑터 플레이스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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