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흐드러진 벚꽃 못 볼 수도…무슨 일이?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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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구멍병 발생…조기 낙엽 현상 심화
벌써부터 잎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강수일 증가 따른 일조량 부족에 병해충 확산
내년 벚꽃 개화 차질 우려…방제는 쉽지 않아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 교정에 있는 벚나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 교정에 있는 벚나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다. 김현우 기자

봄 꽃놀이의 대명사이자 전국을 봄꽃 축제로 물들이는 ‘흐드러진 벚꽃’을 내년에는 보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빗자루병과 같은 기존 질병은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조기 낙엽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17일 추갑철 경상국립대 환경산림과학부 명예교수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벚나무의 조기 낙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진주시와 하동군, 창원시 등 전국 유명 벚나무 군락지 모두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벚나무는 4월에 개화하고 잎이 나며, 10월 말쯤에 나뭇잎이 빨갛거나 노랗게 물들어 떨어진다.

하지만 현재 지역 벚나무 대다수는 이미 잎이 대부분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상태로, 11월 중순쯤의 모습을 이미 보이고 있다.


벚나무 구멍병이 발생하면서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김현우 기자 벚나무 구멍병이 발생하면서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김현우 기자

벚나무 조기 낙엽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구멍병이다.

잎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구멍병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와 북미 대륙의 벚나무, 복숭아나무 등 과일나무류에서 주로 발생한다.

곰팡이나 세균 때문에 잎에 구멍이 생기는 병으로, 해마다 지역별로 조금씩 발생하지만 올해처럼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추갑철 교수는 “강수일 증가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광합성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병해충 확산이 가속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 분석 결과 지난 1월부터 10월 16일까지 진주시 강수량은 2137.1mm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1.1mm 대비 416mm가 더 내렸다.

하루 평균 강수량 0.1mm 이상의 강수일수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에는 1월부터 9월까지 총 59일 동안 비가 내렸는데, 올해는 90일 동안 비가 내려 상대적으로 벚나무 광합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떨어진 벚나무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김현우 기자 떨어진 벚나무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김현우 기자

추 교수에 따르면 올해 벚나무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구멍병까지 겹치면서 단풍이 들기 전인 7월 말부터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광합성을 통해 양분을 축적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잎이 없어지면서 벚나무 생육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에 벚나무가 고사하거나 꽃이 적게 피고 제 색깔을 내지 못할 우려가 나온다.

추 교수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병든 잎 제거와 맞춤형 농약 살포 등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 교수는 “이대로라면 내년에 흐드러진 벚꽃은 보기 힘들 수 있다. 구멍병 예방법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때는 병들어서 떨어진 잎이 겨울을 지나 봄에 1차 전염원이 될 수 있으므로 병든 잎을 빨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벚나무에 잎이 붙어 있어도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많다. 김현우 기자 벚나무에 잎이 붙어 있어도 구멍이 뚫려 있는 경우가 많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일선 지자체로선 대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구멍병도 있지만 해마다 벚나무 생육에 문제를 주는 빗자루병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곰팡이 병원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빗자루병은 나무에 꽃은 피지 않고 빗자루처럼 잔가지가 많이 나오는 병이다.

아직 예방·치료약제가 개발되지 않아 일일이 가지를 치며 방제를 하다 보니 빗자루병 관리만 해도 힘이 부친다.

여기에 벚나무는 워낙 가로수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 전체적인 농약 살포는 어려운 실정이다.

경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최근 벚나무 상태가 좋지 않다. 일단 빗자루병 대응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지만 구멍병까지 발생해 부담이 크다. 특히 벚나무가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일일이 대응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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