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세 갱신 계약’ 절반이 보증금 낮췄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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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고점 2년 전 계약 만료 영향
4117건 중 2059건 보증금 돌려줘
감액 거래 전국 평균 41%보다 높아
‘레이카운티’ 등 입주 물량도 대기
세입자 못 구해 전셋값 더 떨어질 듯

올해 부산지역 전세 갱신 계약 중 절반이 보증금을 일부 되돌려주는 감액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부산일보DB 올해 부산지역 전세 갱신 계약 중 절반이 보증금을 일부 되돌려주는 감액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부산일보DB

올해 부산지역 전세 갱신 계약 절반이 보증금을 일부 되돌려주는 감액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 가격의 고점이었던 2년 전 체결된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올해 부산 전체 전세 갱신 계약 4117건 중 2059건(50.0%)이 기존 계약 금액보다 가격이 낮았다. 집주인 10명 중 5명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셈이다. 금액대별로는 5000만 원 이하 감액이 1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5000만 원 초과 1억 원 이하가 618건, 1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 315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전셋값이 고점이었던 2021년 신규 계약한 전세 만기가 2년이 지난 올해 속속 도래하면서, 종전 대비 보증금을 낮춘 재계약 비율도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을 보였지만 감액 거래 비율은 상대적으로 부산이 높았다. 2023년 들어 보증금을 낮춰 갱신한 비율은 10만 8794건 중 4만 4530건으로 40.9%를 기록했다. 이는 부산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 전세 가격 하락 폭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3.7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21년 9월 102.7에 비해 9포인트(P)나 떨어졌다.

이러한 보증금 감액 계약은 향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산지역 전세가격지수가 2021년 10월 103.7, 11월 104.3, 12월 104.6, 2022년 1월 104.7, 2월 104.7, 3월 104.8, 4월 104.9, 5월 105, 6월 105로 지속해서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이 되어서야 101.7까지 떨어진다. 고점에서 계약한 물량의 계약 만료가 향후 1년 이상 이어지는 셈이다.

부산에선 오는 11월과 12월 대규모 입주도 대기 중이다. 연제구 레이카운티 4470가구가 11월, 부산진구 롯데캐슬골드센트럴 2195가구가 12월에 입주를 한다. 여기에 2021년 12월 입주한 동래래미안아이파크(3853가구)의 전세기간 만료도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하반기 입주 물량과 2년 전 고점에서 계약한 물건이 시장으로 동시에 나올 경우 전세 시장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동래래미안아이파크가 입주할 당시에도 세입자들을 구하지 못해 동래구 일대 전세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1000가구가 4차례 나눠서 입주하는 것과 한 번에 4000가구가 동시에 입주하는 것은 시장에 주는 충격이 다를 수 있다”며 “여기에 기존 계약 만료 물건까지 시장에 나오면 일시적으로는 전세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점 전세 재계약 물건과 입주 물량이 전세 시장으로 나올 경우 하락 폭을 줄이고 있는 전세 지표가 또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지역 전세가격은 2022년 12월 -1.86%라는 역대급 하락 폭을 기록한 이후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0.45%, 6월 -0.29%, 7월-0.23%, 8월 -0.17%, 9월 -0.08%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고금리 상황에서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 ‘갭투자’를 한 이들이 버티지 못하고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 매매가격 역시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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