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영화학교 출신 맹활약… 부산, 아시아 영화에 날개 달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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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영화 비즈니스 아카데미
26개국 영화인 119명 수료
졸업생 작품, 영화제 잇단 결실

부산 영화인 양성에도 앞장서
민간 외교에도 긍정적 영향

영화 ‘더 레슬러’ 제작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탄비르 호세인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 참가한 모습.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재학 전에 만든 ‘더 레슬러’는 올해 BIFF에서 ‘뉴 커런츠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더 레슬러’ 제작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탄비르 호세인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 참가한 모습.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재학 전에 만든 ‘더 레슬러’는 올해 BIFF에서 ‘뉴 커런츠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더 레슬러’가 호명됐다. 지난 13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에서 방글라데시 영화가 ‘뉴 커런츠상’에 선정됐다. 무대에 오른 신인 감독 이퀴발 초두리가 울먹였다. 그때 부산에 있던 한 방글라데시 영화인도 감격했다. 영화 총괄 프로듀서였던 탄비르 호세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올해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에서 공부한 학생이다. ‘더 레슬러’ 제작 등에 참여한 뒤 부산행을 택했다. 더 큰 날개를 펼치기 위해 부산 수영구 광안리 바다와 금련산 사이 특별한 학교를 찾았다.

2016년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개교한 AFiS는 아시아 최초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다. 아시아 영화 시장을 주도할 프로듀서를 양성하고, 국내 영화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제28회 BIFF ‘뉴 커런츠상’을 받은 ‘더 레슬러’ 스틸 컷.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제28회 BIFF ‘뉴 커런츠상’을 받은 ‘더 레슬러’ 스틸 컷.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 아시아 영화 인재의 탄생

AFiS는 정규 과정인 ‘국제 영화비즈니스 아카데미(IFBA)’를 운영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발굴한 인재가 프로듀서 실무 교육을 받는다. 올해는 부산에서 2학기 과정이 7개월간 이어졌다. 13개국에서 온 17명이 20일 졸업한다.

IFBA는 영화 투자·배급·제작·마케팅 전반을 다룬다. 장편 극영화 프로젝트 기획·개발을 위한 개별 교수 멘토링도 진행한다. ‘AFiS 프로젝트 피칭’을 열어 학생 프로젝트를 국제 무대에 소개하기도 한다.

영화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번역한 달시 파켓 교수는 ‘영화와 심리학’ 수업 등을 진행했다. 그는 “사람을 이해해야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다”며 “스태프와 효율적으로 대화하려면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레인 픽처스 한선희 대표, 구정아 프로듀서, 이호재 감독, 아딧야 아사랏 감독, 방준원 감독 등도 교수진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지난해까지 IFBA 과정은 26개국에서 영화인 119명이 수료했다. 내년부터 오직 한국인을 위한 영화 비즈니스 과정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번역한 달시 파켓 교수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영화와 심리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번역한 달시 파켓 교수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영화와 심리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해외에서 들려오는 낭보

교육 성과는 세계 곳곳에서 증명됐다. IFBA를 졸업한 중국 출신 수 지엔샹이 참여한 작품이 올해 로카르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그는 도미닉 생마 감독 영화 ‘랩쳐’의 메인 프로듀서였다.

올해 BIFF와 칸영화제에서는 IFBA 졸업생들이 참여한 영화 ‘누에고치 안에서’가 두각을 드러냈다. 베트남 졸업생 레 꾸인 안과 싱가포르 졸업생 샘 추아 웨이시가 제작했다. 티엔 안 팜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는 말레이시아 졸업생 리 이본이 제작한 영화 ‘걸신포차’가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상업영화를 리메이크해 해외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IFBA 출신 항 찐 프로듀서는 지난해 한국 원작을 각색한 작품 ‘므이:저주, 돌아오다’를 연출·제작해 13개국에 판매했다.

AFiS 안지혜 팀장은 “K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길 원하는 아시아 학생이 많다”며 “연출, 촬영보다 프로듀싱 교육 성과가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발돋움하는 부산 영화인

AFiS는 부산 영화인과 시민 교육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영화·영상을 교육하는 ‘부산영상아카데미’를 운영해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부산 시민을 위한 강의뿐 아니라 ‘지역특화 진로 프로그램’이나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등으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부산영상아카데미 영화인·시민·청소년·기타 교육에는 4307명이 수료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은 후반 작업이나 자막 번역 지원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일례로 영화사 손가락 대표인 이준상 프로듀서가 만든 영화 ‘하나’는 후반 작업 멘토링 사업을 받았고, 2018년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진출했다. 그는 “당시 전문가에게 색 보정과 음향 등에 대한 멘토링을 받는 동시에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 e-러닝 시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부산아시아영화학교 e-러닝 시설.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넓어지는 글로벌 네트워크

AFiS는 부산이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 도약하는 데 기여해 왔다. 부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로카르노 영화제, 낭트3대륙 영화제, 프랑스 국립고등 루이 뤼미에르 학교, 타이베이 영상위원회뿐 아니라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부산글로벌도시재단, 양원선재단 등과 교류와 협력 관계도 이어왔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이 후원한 ‘한-ASEAN 영화공동체 프로그램’을 주관하기도 했다.

어느덧 AFiS를 거쳐 간 국내외 영화인들은 작품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아시아 다양한 국가에서 촬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로 돕기도 했다.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에도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줄 만큼 민간 외교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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