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16년 만에 최고… 더 꼬이는 한은 통화정책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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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처음으로 4.9% 돌파
30년 모기지 금리도 23년 만에 최고
미 채권 급등에 국내 시장금리 요동
한은 기준금리 6회 연속 동결 불구
금리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상황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하기로 했지만, 시장 금리가 연일 강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5% 턱밑까지 치솟으며 채권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해왔던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9%를 돌파했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4.93%까지 올랐고, 2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도 각각 5.25%, 5.03%의 고점을 기록했다. 이 역시 각각 2007년,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이는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과 달리 계속해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당초 미국 월가에선 여름철 반짝 특수가 끝나고 나면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와 맞물려 소비가 급랭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월 대비 0.7%로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국채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채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채권에 더 많은 보상(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금리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급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금리는 이날 8.00%를 기록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가 8%를 기록한 것은 2000년 이후 23년 만이다.

국내 시장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일 전 거래일 대비 1%포인트 이상 오르며 4.3%대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조만간 더 인상될 여지가 높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은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이날 지난 2·4·5·7·8월에 이어 6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원·달러 환율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금리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긴축 압력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미 연준 내부에서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불안한 경기 상황도 동결 배경으로 거론된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뒷걸음쳤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나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 원·달러 환율 등은 추가 금리 인상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 영향과 관련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경계했다. 이는 중동 지역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일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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