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 사무장 병원 근절, 특사경 권한 부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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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숙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진구지사 팀장

2023년 국정감사를 실시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사무장 병원의 폐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불법 사무장 병원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다른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다. 환자를 위한 진료보다는 영리 추구에 치중해 과잉 진료와 질 낮은 의료 서비스, 각종 위법 행위로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1710곳으로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 3조 4000억 원이 부당하게 지출되었으나, 부당 이득금 징수 금액은 2282억 원에 불과하다. 전체 부당 이득금의 93.3%인 약 3조 2000여 억 원이 체납금액으로 남아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불법 사무장 병원의 부당 이득금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징수율이 낮은 이유는 현행 사무장 병원 적발 체계에 기인한다고 본다. 현행 사무장 병원 적발 체계는 검‧경 등 수사기관, 복지부, 지자체, 건강보험공단으로 구분돼 기관별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험 재정의 관리 의무가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사권이 없다.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사무장이 의료기관, 약국을 개설·운영해 성과가 귀속되었다는 사실 입증이 어렵다. 불법 개설 사실이 의심 또는 확인된 사무장 병원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은 전담 조직이 없어 인력과 보건의료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고, 강력 사건 등 다른 이슈 사건 우선 수사로 인해 적발 기관당 평균 11개월의 수사 기간이 소요되는 등 범죄 수익을 은닉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수사 결과 확정 시까지 사무장 병원의 불법 행위가 지속돼 보험 재정 누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2019년 1월부터 보건복지부에 2명의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직접 수사가 어렵고, 그마저도 면허 대여 약국에 대한 수사권은 없는 상태이다. 지자체 특사경의 경우도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불법 개설 수사가 동일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어 수사에 소극적일 밖에 없고, 잦은 인사 이동과 수사 경험 부족 등으로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무장 병원으로 인한 재정 누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면 법률적 권한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부당 이득 편취자들의 재산 은닉이 이루어지기 전에 부당 이득금에 대한 환수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불법 행위가 확인된 곳은 신속히 폐업 조치해 추가적인 보험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사무장 병원 적발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 병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공단은 변호사, 간호사 전직 수사관 등 20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고, 전국적인 조직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개설 의심 기관 분석 시스템’ 등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에 필요한 정보 파악과 활용이 용이해 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될 경우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어 연간 약 2000억 원의 재정 누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과도한 특사경 지정으로 의료기관의 상시 감시와 통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정치권과 의료계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되 수사 범위와 권한을 명확하게 법제화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철저하고 투명한 운영 통제와 수사 개시 전 복지부·공단·공급자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운영, 불법 개설 혐의 의심 건에 한해 수사하는 등 수사권이 남용되지 않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단의 특사경 제도와 의사협회의 전문가 평가제를 통한 자율 규제와 연계한 협력적인 공조 관계가 정립된다면 사무장 병원 진입 방지라는 예방 효과와 더불어 현재보다 강력한 단속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 병원 특사경 권한 부여와 관련해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법경찰 직무법 개정안’이 입법 발의되었으나, 회기 내에 처리가 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다수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로 심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정당은 정치적 이해 관계를 떠나 사무장 병원이 근절돼 국민 건강권 보호와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법경찰 직무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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