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선 후배들 아름다워…심사위원 몰표 안무상을 받아 정말 기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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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로 전국무용제 금상 손영일 안무가
전국무용제 네 번 도전 끝에 안무상 이뤄 내

제32회 전국무용제 금상·안무상을 수상한 손영일 안무가. 손영일무용단 제공 제32회 전국무용제 금상·안무상을 수상한 손영일 안무가. 손영일무용단 제공

“전국무용제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낳아서 좋으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0.5점 차이로 대통령상을 못 탄 건 아쉽고, 심사위원 몰표로 안무상을 받은 건 정말 기쁩니다.”

제32회 전국무용제에 현대무용 작품 ‘페르소나’로 금상과 안무상을 받은 손영일무용단 손영일(40) 안무가를 지난 20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변 인근의 무용학원에서 만나자 ‘네 번의 도전 끝에 이룬 첫 안무상 결과’에 몹시 들떠 있었다. 전국무용제 단체 경연 심사는 최고·최하점을 뺀 평균 점수로, 개인상은 이름으로 공개 투표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손 안무가를 포함 13명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손 안무가는 사실 이번 작품에서 40분 내내 춤을 춘다기보다는 한 자리에서 전력으로 뛰기만 했다. 이제 막 40대에 올라서긴 했지만 부산 무용계에서 현역으로 뛰는 남자 무용수는 손꼽을 정도여서 상당히 귀한 존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뛰었어요. 러닝머신 위 40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힘들었습니다. 이번 작품 주제가 페르소나이기도 했지만, 제 자신을 내려놓자고 생각했습니다. 무용수한테도 각자 페르소나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요. 그러다 보니 개개인의 섬세함과 개성이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감동이 찾아왔습니다. 구르고 뛰는 후배 무용수들 모습을, 그것도 무대 안에서 바라보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겁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뛰면서 울었습니다.”

무대 위에 오브제로 등장한 철제 배너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다른 시도 참가작 제작비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적은 비용을 들였지만, 그게 또 무대예술상(김호진 무대감독) 경사로 이어진 셈이다. 통상 전국무용제 출전 자격을 얻는 지역 무용제에서 대상을 타게 되면 해당 지자체에서 작품 제작비를 지원하는데, 시도별도 지원액은 편차가 큰 편이다.

“어머님이 가게를 하시는데 잘못 배달된 배너(2개)가 출발이었습니다. 잘못 배송된 걸 어떻게든 고치려고 애쓰다가 이번 작품 오브제(14개) 문으로 사용하게 된 거죠. 무용수들조차 이게 그 배너인 줄 눈치 못 챘습니다. 최저 가격으로 최고의 결과를 낸 셈이죠.”

손 안무가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음 무용학원을 찾은 뒤 부산예고에 진학하고, 동아대 무용과에서 장정윤을 사사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을 묻자, 손 대표는 “남들이 보기엔 ‘똘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춤을 계속 추는 것이 유일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장점 역시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더니 춤밖에 모른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듯하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그의 다음 도전이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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